정희민 개인전 [ If We Ever Meet Again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이 021갤러리에서 2020년 6월25일 부터 8월 14일까지 열린다.
오늘날의 '만남'은 여러 형태를 포괄한다. 그것은 물리적인 접촉을 의미하기도 하고 하나의 아이디어로만 존재하기도 하며 계획에 의한 것일 수도, 때론 우연적인 사건일 수도 있다. 만남은 반복될 수도 일회적인 것일 수도 있다. 일상을 매개하는 여러 조건들이 물리적 실체로 존재하는 대상을 전제하지 않으며 점점 분석과 예측을 위한 데이터가 되는 세계에서 '만남'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동일한 정서적 가치를 가질까? 어쩌면 더 이상 복수(둘 이상의 사람이나 사물의 동작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언어 형식)는 만남의 필요 조건이 아닌지 모른다. If We Ever Meet Again은 만남의 여러 새로운 조건들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 전시로, 대상이 부재하는 만남의 경험이 축적되어 만들어내는 시적이면서도 기만적인 감각을 물질로서 비유해 보고자 하는 시도이다.
“나의 작업은 급격한 기술의 개입으로 나의 일상이, 그리고 내가 나의 주변 세계를 인지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보며 시작된다. 그리고 이 관찰은 기술이 일으키는 형이상학적 사건들 속에서 개인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하는 질문으로 확장된다. 나는 모든 산업의 기반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급격히 이행하며 삶의 구석구석으로 침투하기 시작했던 1990-2000년대 초반에 유년기를 보냈다. 때문에 나의 모든 충동과 선택들은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와 기술 유토피아에 대한 선망이라는 양극단의 욕망을 내재한다. 이 둘 사이의 중재에 실패할때 생겨나는, 혹은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자신과 데이터로 존재하는 자아 사이의 불일치가 초래하는 멜랑콜리는 내가 작업을 시작하던 시점에 좋은 모티베이션이 되어주었다.” “나에게 회화는 세계에 접촉하는 도구이자 실존적 질문이자 속도에 대항하는 일종의 저항의 제스처이기도 하다. 나는 회화를 통해 미묘한 징후들을 꿰어 궁극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고, 뚜렷이 인식할 수 없으며 이해할 수 없는 삶의 모호함을, 환상이 실재에 남긴 흔적들을 찾아간다. 그것들은 밀납판 위에 새겨진 글씨처럼 몸(디바이스 혹은 신체)의 무의식 어딘가에 남아있다.” 라고 정희민작가는 말하고 있다.
장혜정(독립 기획자)는 정희민의 작업에 대해 '최근 전시 《On Vacation》(2019, 인천아트플랫폼)에서는 빛과 그림자가 작업/전시의 일부로 들어와 있었다. 이는 캔버스만이 아닌,공간과 그 사이를 비추는 빛까지 자신이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얹혀지는 지지체가 될 수 있음을 선언하는 제스처 일 수 있다. 여전히 이미지는 견고한 몸을 갖지 못한 채 방황하는데, 이를 포착하기 위해 정희민이 선택한 것이 빛이고 심지어 그 보다 더 나약한그림자라는 것은 무기력하면서 동시에 희망적이다. 빛은 대상을 투명하게 하기도 하고 불투명하게도 한다. 보는 이의 시야를 제한할 수도 혹은 아예 멀게 할 수도, 그리고 아주 세세히 또는 멀리 보게 할 수도 있다. 비록 어둠과 만날 때 머뭇머뭇 끊어질 듯해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빛은 어쩌면 파편처럼 유리된 세계들을 가장 느슨하게 껴안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라고 말했다
021갤러리 053-743-0217
대구광역시 수성구 달구벌대로 2435, 두산위브더제니스 상가 2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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