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에 뿌리를 두고 서양화법의 궤도를 넘나들며 30년째 돌만 그려온 작가 남학호의 개인전이 수성아트피아 초대전으로 2020년 7월21일 부터 26일까지 호반갤러리에서 열린다.
영덕 영해가 고양인 작가의 돌 그림은 나고 자란 환경적 요인에서 비롯되었다. 돌로 회화의 지평을 넓혀온 작가의 한결같은 돌 연작은 수양에 버금간다. 조약돌은 높은 곳에서 굴러 물에 씻기거나 바람에 마모되면서 거친 표면이 매끄럽고 둥근 모습을 갖추어간다. 매끄러운 표면은 살이 깎이는 고통을 견딘 인내이자 상흔이다. 이런 조약돌에 우리의 인생이 얼비친다. 상생하는 인간세상을 은유하는 조약돌은 시공간을 관통한 삶의 지층 내지는 수양의 매개체라 할만하다.
조약돌은 작은 우주(宇宙)다. ‘작은 모래알 하나에도 우주가 있다’는 말을 상기한다면 각기 다른 모습이지만 조화롭게 어우러진 조약돌을 우주라고 해도 큰 무리는 아니다. 삶의 집합체인 조약돌에 인생여정이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다. 높은 곳으로부터 구르고 굴러 마지막 단계에 다다른 곳은 가장 낮은 곳이다. 험난한 여정을 거치고 낮은 곳에서 물을 머금어 빛나는 조약돌은 사랑받는 대상이다. 작가가 조약돌 곳곳에 암호처럼 사랑 마크를 새겨 넣는 이유다.
작품의 제목은‘석심(石心)-생명’이다. 돌의 마음과 그 생명에 착안해 대상을 주관적으로 해석한 작가는 자기감정을 조약돌의 극사실적인 묘사에 투영시켰다. 작가 남학호는 무생물인 돌을 주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생명을 불어넣어 감정을 이입한다. 작가로부터 생명을 부여받은 조약돌은 숨을 쉰다. 보일 듯 말 듯 작고 세밀하게 그려놓은 나비가 그 의미를 더욱 강화시킨다. 작가의 말을 들어보자.
“내 화면 속에는 필연처럼 나비가 날아든다. 젊은 날 갑자기 떠난 아내의 죽음이 나비로 환유한 것이다. 장자의 꿈처럼 아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아내인지 모를 일이지만 죽음은 참으로 허망하다. 그래서 내 그림 속 석심은 생명을 뜻하는 나비가 내밀한 기호로 살아 숨 쉰다.” 정적인 그림에서 동력으로 작용하는 나비가 작가에게는 특별한 생명체인 듯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석심(石心)-생명’ 시리즈 100호 이상의 작품 20여점을 건다.
문의 수성아트피아 전시
대구광역시 수성구 무학로 180Tel. 053)668-1566 Fax. 053)666-3259 www.ssartpi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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