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김씨 집안에서 나고 자란 김시현 작가는 겸손이 체화된 작가로 정평이 나 있다. 60세가 넘도록 서예의 가치와 매력에 푹 빠져서 롱런 하는 것은 그의 의지는 물론 선비집안에서 나고 자라온 환경의 몫도 크다. 수성문화재단(이사장 김대권)은 2021년 3월 23일부터 4월 4일까지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에서 김시현 서예가의 초대전을 연다.
김시현 작가는 국전과 대구·경북서예대전 등에서 수 십 차례의 심사위원과 운영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 2014년 김시현 천자문전(대구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한 개인전 4회와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고, 한시100수 서예집 1권 출간 (이화문화출판사) 외에도 서예이론서 ‘서법논초’와 서예집 2권을 출간한 것은 작가의 꾸준한 연구와 작품 활동을 방증한다. ‘서예야말로 행복이자 고통’이라고 하는 김시현 작가에게 서예는 정신수양의 방편이나 다름없다.
20대 초에 서예에 입문하여 본격적으로 서예공부에 매진하기 시작한 것은 30대에 지산(池山) 권시환 선생님을 사사하면서 부터다. 40년째 붓을 잡고 있는 작가는 “박학비재(薄學非才)한 자가 넘기에는 그 경지가 아득하여 힘들지만 배움과 수련과 수양의 못 미침을 아쉬워하면서 또 한걸음 전진하고자 오늘도 앉아서 용을 쓴다.”고 한다.
김시현 작가는 지금까지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자세로 ‘전통서예의 확장’을 추구해왔다. 서화동원(書畫同源)이란 말처럼 한자는 그림과 부호를 거치면서 글자로 발전하였기 때문에 문자가 지닌 뜻에 상응하는 상징과 부호를 겸비한 경우가 많다. 하여 서예를 하려면 문자 자체와 문자의 발전 과정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전통서예와 귀수갑골문에 회화성을 추가하여 의미를 확장해 나가는 김시현 작가는 이 두 가지에 대한 이해가 탄탄한 서예가다.
이번 수성아트피아 초대전의 주제는 ‘시역과의(是亦過矣)’이다. 현재가 아무리 힘들어도 모두 지나간다는 뜻이다. 이 주제는 작가에게 닥친 몇 차례의 시련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김시현 작가는 다시 위암 판정을 받았다. 이미 대장암과 혈액암을 거친 그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시역과의(是亦過矣)’에는 작가의 신념이 투영됐다. 육신의 고통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온 몸으로 이겨낸 작가는 스스로에게 三癌處士(삼암처사)라는 별명을 붙일 정도로 세 번째 암 판정에는 초연히 미소로 일관한다.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작년 초에 시작하여 현재까지도 세계는 코로나19와의 힘겨운 싸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상의 모든 일이 마스크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는 흡사 14세기중엽 유럽에 창궐했던 페스트를 연상케 합니다. 조반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이 흑사병을 피해 이탈리아 피렌체교외에서 썼다고 하는데, 저의 이번 전시작품 대부분은 코로나 와중에 서실에 칩거하여 작업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연말에 위암수술을 받아 三癌處士가 되었지만 대장암, 혈액암이 그랬고, 사스와 메르스가 지나갔듯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시의 주제를 시역과의(是亦過矣)로 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번 초대전에 전시할 濫觴(남상), 無涯(무애), 坐花醉月(좌화취월)등의 글씨도 그의 심정이 반영됐다. 작가에게 이번 전시는 작가로서의 본분에 더욱 충실하고, 자아를 상실한 현대인에게는 정신적인 좌표를 제시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김시현 작가에게 이번 수성아트피아 초대전이 더욱 특별한 이유이다.
전시문의 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팀053-668-1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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