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시프리뷰

[전시] 2021기억공작소1 권여현展 : 낯선 숲의 일탈자들

by 사각아트웹진 2021. 3. 19.
728x90

 2021기억공작소Ⅰ 권여현展 (부제 낯선 숲의 일탈자들)이 2021년 2월 17일부터 4월 25일까지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에서 열린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나란히 놓인 6개의 동시대의 일상적 모습이 마치 ‘밈(Meme)’이나 ‘짤’과 같은 가벼운 이미지가 맞이하며 밝고 경쾌한 느낌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이내 강한 붓터치와 세밀한 묘사, 그리고 층층이 쌓아 올린 질료들이 엉킨 무거운 작품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또한, 즉흥적이고 화려한 색감의 작품들과 무거우며 성스럽기까지 한 작품들이 이질적으로 곳곳에 포진하며 관람자에게 궁금증의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며 혼란을 가중시킨다.

전시전경


“눈먼자의 숲에서 메두사를 보라”
가장 먼저 숲과 서양 고전 명화에 나올 듯한 신화적 이미지가 눈에 들어온다. 숲은 아마존의 원시림과 같이 나무를 휘감은 칡넝쿨이 복잡하게 얽혀 관람자에게 숨겨진 암호를 찾는 난해한 과정을 예고한다. 이어서 신화 속의 인물 디오니소스, 아르테미스, 오이디푸스 등 원작과 출처 그리고 역사적 배경지식을 쌓지 않으면 해석하기 힘든 복잡한 이야기 구성을 펼쳐 놓는다. 이는 작가의 다양한 독서와 동서양 명화의 감상체험 그리고 철학적 사상이자,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에 숨어있는 맥거핀의 연속으로 비밀을 풀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며 긴장감을 높인다. 그러나 작품에서 주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작가는 “신화에서 메두사의 무섭고 흉측한 모습과 돌로 만드는 능력이라는 설정은 아마도 사회라는 대타자가 주는 경고의 알레고리일 것이다. 이는 개인의 의지와 생명, 감각의 가능성은 석화되면 안 된다는 것을 메두사를 통해서 경고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눈먼 자의 숲은 눈을 가림으로 감각의 예민함을 회복하고, 공정성을 담보하며, 시각을 배제하여 예민해진 감각과 어둠의 사유를 통해 만나는 새로운 세상으로 회귀를 의미함을 설명한다. 그리고 코라(chora)상태로 소환함으로서 시적 언어나 발화 이전의 미분화 감각의 숲으로 인도함에 있다고 화면에 나타난 수많은 메타포(metaphor) 속에 본질을 이야기하고 있다. 마치 스스로 벌하고 눈뜨기 이전상태로 자신을 돌려버리는 오이디푸스의 결단이, 소멸을 통해 재탄생한 것과 같이 대중이 무뎌진 감각의 회복을 시도하여 원초성의 회복을 꿈꾸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낯선 숲의 일탈자들”
“우리가 꿈을 꾸다가 깨어나면 꿈속에서는 해도 되는 일들이 사회적인 통념, 가치관, 선악의 기준으로 ‘슈퍼애고(superego)’라는 초자아가 억압시킨다. 그래서 현실에서 억압된 것들이 변형되어 나타나는 것이, 밈, 환각, 이상한 행동 등에서 나타난다”라고 작가는 말을 한다.
작품에 일탈자들은 현실이 마냥 꿈같이 느껴진다. 일상에서 벌어진 많은 일이 꿈속에서 느껴지는 매트릭스와 같이 현실이 꿈일 수도 있는 것이다. 꿈같은 형상들이 비이성적이며 일탈적인 것, 인간의 욕망을 표출하는 것, 익숙한 낯선 숲이지만 꿈같은 낯선 숲을 조성하고 현실을 대입하는 것들이 제한이 없이 표현되고 있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가벼운 이미지를 수집하며 또 다른 자아의 실체를 찾으려는 노력의 연장선에 있는 시도이며 신화, 철학, 역사 등을 섭렵하면서 현실에서 도달할 수 없는 유토피아에 대한 회의적 사고의 산물인 것이다. “지난 시대는 개인의 욕망이 밖으로 표출 할 수 있는 사건들이 있었지만, 현시대에는 점차 소실된 한정적인 공간에서 내적 새로운 공간인 매트릭스 세계 즉, 증강현실로 찾아 들어간다. 기억을 통해 가상세계로 들어가면 모든 것들이 균등하게 배열한다. 화엄경의 세계 즉, 모든 사람이 자신의 욕망과 의지를 실현할 수 있는 세계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유토피아는 영적 차원의 세계가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실제 일론 머스크가 인간의 뇌에 칩을 심으며 서로 마인드 퐁(mind pong)하며, 기억을 저장하고 재생하는 시도가 실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가진다. 그러므로 작가는 ‘낯선 숲의 일탈자들’을 통해, 모든 감각의 기준인 몸을 억압하는 많은 이성적 체계와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감각과 욕망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낯선 숲의 유토피아와 현대적 히피 행동의 일탈자들을 통해 나 혹은 우리를 대신한 일말의 희망을 보여준다.


“이야기가 어렵지 그림은 어렵지 않다.”
작가는 “우주의 생성이 수만년 걸린다고 생각했는데, 빅뱅이론에 의하면 짓눌려 있는 수많은 물질이 한 번에 폭발하여 1초 만에 생성된다고 한다.”라고 이야기하며 화가의 붓질 속에서도 미리 내재 되어 있는 잠재성이 일회성인 기운생동으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2년이 채 안 되는 작업의 변화과정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 담론의 깊이와 심오한 작업에서 일회성에 중점을 두며 손과 질료가 맞닿은 느낌의 붓질이 두 번 가지 않는 감각적 극대화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회화를 중심으로 오브제, 설치, 사진, 미디어아트, 퍼포먼스, 실험영화까지 다양한 활동을 해온 작가이기 때문에 지금의 변화도 크게 놀라울 일도 아니다. 작품의 내용적인 면인 신화, 철학, 정신분석학 그리고 이를 위한 표현형식인 포스트모더니즘까지 4가지의 코드에 대한 경계를 넘나드는 이러한 실험은 관객 스스로가 스펙트럼을 넓히고 이미지에 대한 감수성과 의미를 발굴해내는 새로운 기억공작소의 경험을 함으로써 예술을 대하는 우리 자신의 감각적 자율성을 지켜주기 위함은 아닐까 생각한다.

 

 

문의 : 봉산문화회관홈페이지/  053-661-3500 

페이스북(bongsanart), 인스타그램(bongsanart_), 트위터(@bongsanart)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