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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프리뷰

[전시] 유리상자-아트스타2020 Ver.4 곽이랑 - 위로의식展

by 사각아트웹진 2020.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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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문화회관의 기획, 「유리상자-아트스타 2020」전시공모선정 작가展은 동시대 예술의 낯선 태도에 주목하는 전시로 매해 공모를 통해 선정하고 있다. 

2020년 네번째 전시는 「유리상자-아트스타 2020」Ver.4展, 곽이랑(1990년생)작가로, 2020년 10월 30일 부터 12월 27일까지 전시된다.

곽이랑 유리상자 _전면


설치작업 주제는 ‘위로의식’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어둡지만 않다. 작가는 20대 젊은 나이에 암 진단과 항암치료 그리고 30대 초반이 된 최근 원격 전이 판정을 받고 또 어려운 병원을 오가며 힘든 과정을 겪고 있다. 전시기획자도 준비과정이 조심스러웠다고 전언하지만 작가는 담담하게 그 과정을 진행했다한다.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Covid-19로 인해 전반적인 생활형태가 이처럼 바뀔것을 우리는 예상할 수 없었다. 이처럼 살아가는 동안 여러 상황들은 우리를 자주 당황하고 방황하게 하지만 늘 그러했듯 또 받아들이고 적응하며 살아간다.
사실 우리 모두는 시한부 인생이다. 겪어보지 못한 죽음을 생각한다는건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일일 것이다. 투병생활을 시작한 뒤로 죽음은 줄곧 내 주변을 맴도는 것 같았고 그것에 대한 의문은 지속되었다. 그러던 나는 우연히 <열역학 제1법칙>이라는 아주 멋진 이론을 발견하였다. ‘에너지는 형태가 변할 수 있을 뿐 새로 만들어 지거나 없어질 수 없다. 즉,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시간이 시작된 때로부터 종말에 이르기까지 일정하게 고정되어 있다.’라고 설명되는 에너지 보존법칙이다. 언뜻 난해해 보이는 이 개념을 나는 ‘언젠가 우리가 죽더라도 그것은 소멸이 아닌 다른 형태로써 우주의 일부가 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나는 이것이 불교의 윤회사상과 닮은 점이 있다고 생각했고 죽음을 이렇게 이해하기로 하였다" 라고 밝히며 우리와의 이별을 담담히 이야기하고 있다.

곽이랑 유리상자 _ detail 1


PK Art & Media 대표  박소영은 평론을 통해 작가에 대해 " 곽이랑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우선 유연하면서도 질긴 라탄(rattan) 나무줄기를 엮어 봉긋한 형태의 가벼운 구조물을 여럿 제작했다. 시간이 꽤 걸리는 라탄공예에 몰두하는 동안 작가는 불안감을 떨치고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구조물들 아래 구멍이 숭숭 난 제주도 화산석들이 깔려있고 ‘유리상자’ 세 면엔 높낮이가 각기 다르게 흰색 커튼이 걸려있다. 커튼에는 “충분한 분유와 약 한가득과 한 줌의 뼛가루”란 알쏭달쏭한 문구가 흐릿하게 보인다. 이쯤, ‘유리상자’ 밖에서 커튼 틈 사이로 안을 들여다보던 관람자들은 병상에 처진 것 같은 커튼 너머 병실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놓은 게 아닐지 짐작하게 된다. 
 완치를 확신했던 그에게 올봄,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었다는 진단이 떨어졌다. 이 참담한 소식은 서른을 갓 넘긴 본인과 가족뿐만 아니라 그를 아끼는 사람들에게도 충격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암세포만 공격하는 표적 치료가 개발된 덕분에 암세포 크기도 많이 줄었고 견디기 힘들다는 항암치료도 지난번보다 훨씬 덜 힘들어 포기할 뻔했던 이 전시도 무사히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곽이랑 유리상자 _ detail 2


 우주탐사선 보이저호에서 촬영한 사진에서 지구는 하나의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했다. 우리는 먼지와 같은 이 작은 점에서 찰나적으로 머무는 생명체이다. 저명한 천체물리학자 칼 E. 세이건의 말을 빌어 이 짧은 전시서문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세이건은 저서 <코스모스>의 에필로그에서 “죽는 순간 다시 살아나 나의 일부를 기억하고 생각하고 느끼면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될 것이라 믿고 싶다”라고 했지만, 불가지론자인 그는 그것이 헛된 바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내세나 윤회보다는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얼마나 아름다우며 “삶이 제공하는 짧지만 강렬한 기회에 매일 감사하며 사는 편이 훨씬 낫다”고 역설했다. 곽이랑이 말하는 ‘생성과 소멸이 없는 세계’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라고 설명한다. 
이 전시는 삶과 예술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에 답을 나열한 전시로 관람자에게 공감의 손길을 내밀며 우리가 삶을 대하는 방식을 한 번 더 주의 깊게 살펴보라고 말하고 있다.

 

관람시간  10:00~13:00, 14:00~17:00, ※ 사전 예약제 053-661-3526, 3517 
코로나19로 전시관람 사전예약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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