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주 초대전展 '풍경을 조각하다'이 수성아트피아 멀티아트홀에서 11월 3일부터 11월 8일까지 열린다.
동양에 산수화가 있다면 서양에는 풍경화가 있다. 풍경화는 17세기 네들란드에서 독립된 장르로 자리매김했으며 캔버스에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기주 작가는 풍경을 그리지 않고 조각한다. 조소와 소조(塑造)기법을 병행하며 풍경을 조각한다. 하여 그의 풍경에서는 삼차원의 공간감을 체감할 수 있다. 이를테면 우뚝 선 등대뿐만 아니라 출렁이는 바닷물에 떠다니는 돛단배를 볼 수 있다. 길가에 줄지어 선 포플러 나무가 바람결에 일렁이는 모습도 김기주 작가의 작품에서는 3차원의 공간을 품고 있다. 풍경화가 아닌 풍경조각이기에 가능하다.
40대에 대학원에서 조각을 더 깊이 연구한 작가에게 작업은 일상이 됐다. 20여 년 전 암수술은 새로운 삶의 전환점이었다. 더 적극적으로 작업에 매진하는 계기가 됐다. 작업실에서 홀로 철판을 두드리다보면 상념과 잡념이 사라진다고 하는 작가는 다시 찾은 건강이 덤의 선물이라고 한다. 건강의 소중함을 환기시킨 암이 새로운 삶의 분기점이 된 셈이다. 청도의 폐교 한 교실 안을 가득 채운 작품들은 그간 꾸준했던 작품 활동을 증명한다. 김기주 작가가 작업실을 보물창고라고 하는 이유이다.
경북 영양에서 나고 자란 작가는 유년시절의 기억을 소환해 조형예술로 풀어낸다. 그의 작업은 추억의 파편들을 재조합하는 방식이다. 그것이 작위적이면서도 서정적이다. 바쁜 삶에 내몰린 우리가 망각한 풍경이면서도 속도전의 세상에서 굽어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심상풍경이다.
작업방식은 다양하다. 철판이 납작해질 때 까지 두드리거나 칼로 나무를 깎아 타원형으로 다듬는다. 돌을 쪼거나 땜질한 철판을 알맞은 크기로 재단하기도 한다. 용모가 단정한 다듬잇돌 위에 가로수 길을 조성하기도 한다. 때론 다듬잇돌이 피아노 건반으로 변신 할 때도 있다. 다듬잇돌에는 선조들의 숨과 옛 정서가 고스란히 스며있어 흘러간 시간을 추억하기에 참 좋다. 단정한 외양과 단단한 재질은 작품의 받침대로 사용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작가가 실용성과 미감을 두루 갖춘 다듬잇돌을 작업에 자주 사용하는 이유다.
강단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김기주 작가에게 강의는 삶의 원동력이다. 작업과 병행하는 강의가 생계수단이기도 하지만 작가의 손이 녹슬지 않게 돕는 윤활유이기도 하다. 학생들을 가르치던 손길이 고스란히 작업으로 옮겨져 작품의 맛을 저울질 할 때가 있다. 김기주 작가의 작품 상당량이 정교하면서도 설명적인 까닭이다. 실리콘으로 뜬 테트라포트와 물고기 형상의 정교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조각 본연의 맛은 형태나 덩어리감에서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미켈란젤로가 대리석 덩어리에 숨어있던 생명체를 끌과 정으로 끄집어낸다고 하듯 김기주 작가도 재료의 물성과 양감을 최대한 살리는데 주력한다.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포진한 이 시대에 최첨단기술에 묻혀 사라지거나 가려진 전통조각의 제작방식을 김기주 작가는 꾸준히 지켜나간다. 이번 수성아트피아 초대전(2020년 11월 3일~ 11월 18일, 멀티아트홀)에서 선보일 작품 25여점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문의 : 수성아트피아 멀티아트홀 대구광역시 수성구 무학로 180 Tel. 053)668-1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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