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시프리뷰

[전시] 박두영( Park Doo Young) Solo Exhibition -갤러리신라 Hall A & B

by 사각아트웹진 2020. 10. 24.
728x90

갤러리 신라는 2020년 11월 4일부터 11월 30일까지 박두영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983년도부터 10여회가 넘는 개인전을 발표해온 작가의 신라에서 개최되는 세번째 개인전으로 오로지 작업에 대한 일념으로 흔들리지 않고 정진하는 박두영의 작가정신을 엿볼 수 있는 전시이다.

04RW202009A,2020,Mixed Acrylic Medium on Linen, 162x105(cm)


1980년대의 박두영은 미술 개념을 구성하고 있는 근본적인 것들, 일반적이지만 보편적이지 않은 기호나 개념들, 신체에서 유래한 감각 기제나 가치를 결정하는 일련의 의식 작용을 돌아보는 것이 작가의 역할이며, 작업의 중요한 국면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와 관련된 현상이나 개념들을 견출하고 재구성한 사진이나 설치작업을 선보였다. 이는 ‘미술을 바라보는 관점’ 그 자체에 주목한 것으로 모두가 공유하는 개념이나 사실들이 개인마다 구축한 세계 모델이나 기호 체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미술의 일’은 이것을 반성하고 재정의 (再正意) 하는 일이라고 믿었다.

05WG202010B,2020,Mixed Acrylic Medium on Linen, 162x105(cm)


1990년대 시작한 새로운 회화의 화면들은 거리의 어닝이나 가림막 같은 것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트라이프 패턴을 캔버스나 종이 위에 옮긴 작업이다. 화면 안에는 어떠한 메시지도 넣지 않은 작업으로 30여년의 짧지않은 시간동안 이 작업에 승부를 걸고 있다. 수직 수평의 직선면을 분할해서 반복하고 녹색과 적색, 청색과 황색 등 잘알려진 보색쌍을 교대로 배치하거나 색면 단계를 표시한 작업이다. 종이나 캔버스에 수채물감 또는 스스로 개발한 안료 혼합재료로 그린 것으로 처음에는 규칙적으로 분할한 칸에 정한 색을 채워 넣는 방식으로 그렸지만, 점차 배열 규칙은 유지하면서 붓질의 느낌을 살리거나 재료를 겹치고 텃붙이는 등 방법에 따라 변화를 주고 있다.

작가는 오래전부터 미술의 주변을 살펴보는 일과 더불어 인류가 창조한 모든 종류의 이미지들에게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근대적 미술 개념과는 무관하게 인간의 표현 행위들을 보다 본질적인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원시시대의 문양이나 낙서들, 유희나 제의(祭儀)를 위한 도상, 고문자, 수식이나 기하 도형들, 과학이나 철학의 도해(圖解), 종교화, 성적(性的) 상징들, 서사 기록, 도면이나 제품설명서들, 다이어그램이나 통계 도표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형상 기호들이 생산되었고 그것들은 언제나 용도나 기능 이상의 지식과 감각의 지평을 넓혀 왔다고 그는 생각했다. 이 과정을 통해 작가는 미술 작업을 미학적 담론을 뛰어넘는 인간 존재의 보편 가치로 인식해왔다. ‘미술을 위한 미술’에 앞서 그것을 수행하는 태도나 실천 가치에 마음을 둔 선택을 한 것이다.

 

05WR202010A,2020,Mixed Acrylic Medium on Linen, 162x105(cm)



 “이미지에 대한 기대는 없다”고 말하는 그는 회화 내부의 서사나 담론에 매달리지 않는다. 미술의 가치는 미술 외부에 있으며 조형적 사건이 아니라 존재의 일로서, 의미는 그것을 수행하는 인간의 마음과 태도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는 스스로가 제시한 단조롭고 무의미한 작업을 지키고 유지하는 삶을 통해 미술의 경계를 지우고 인간의 보편적 가치로 나아가려 하는 것이다.  (박두영 작가노트)


일본의 평론가 치바 시게오는 평론을 통해 '그의 작품을 보면 단순하고 특별하지도 않은데 묘한 설득력이 있다. 그 유래를 보면 거기에 축적된 하루하루의 "행위"가 보인다. 게다가 그리는 액션을 표출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의지가 느껴진다. “그리기” 행동으로 "행위"의 흔적을 지운다. 그것도 그 사실 자체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레벨에까지 이르렀다. 표현을 함으로써 표현을 지운다. 비유하건대 거의 고승의 깨달음에 가깝지만, 좋은 일에 더 범속한 편안함이 있고 속된 것은 없다. 그의 작품을 계속 보고 있으면, 어느새 조용하고 온화한 기분 속에 있게 된다.'라고 말한다.

 04WR202008D,2020,Mixed Acrylic Medium on Linen, 225x155(cm)


이번 전시는 캔버스 작업 10여점과 종이작업 5,6점, 지난 ‘8~90년대의 작품 몇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화면 분할하기, 줄 긋기, 채색재료 만들기, 채색하기 등 일련의 작업을 과학자, 수학자 혹은 수행자처럼 반복해 오고 있는 박두영 작가의 의지와 태도를 볼 수 있는 기회이다. 

GALLERY SHILLA대구광역시 중구 대봉로 200-29
Tel : 053 422 1628 / 070-4119-1628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