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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프리뷰

[전시프리뷰] 코로나 이후 -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展 : 수성아트피아전시실

by 사각아트웹진 2020.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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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展이 수성아트피아 전시실 전관에서 2020년 8월 5일부터 14일까지 열린다. 참여작가는 박준성, 백승훈, 변카카, 우미란 4인의 작가가 참여한다.

언텍트의 시대다. 언텍트란 접촉을 뜻하는 컨텍트(contact)에 부정을 뜻하는 언(un)이 결합된 신조어다.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해 비대면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거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대구조가 변화하면서 점차 대면관계를 꺼리는 태도변화가 주요원인이다. 그보다 더 강력한 원인으로는 코로나19가 지목된다. 2020년 2월에 출현한 코로나19는 전 세계로 번졌고 팬데믹(pandemic)을 경험한 우리는 현재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한다. 
 
감염병이 대유행을 한 이후부터 삶의 지형도는 변하고 있다. 개인의 이동정보를 기반으로 확진자 동선을 파악하고 자가 격리, 마스크 착용, 손 소독, 발열체크, 생활방역 등, 누구나 준수해야할 삶의 수칙 같은 것이 새롭게 생겨났다. 거리두기로 인해 인간관계의 친밀감은 느슨해지고 다수가 모이는 행사는 미루거나 취소하는 것이 다반사다. 여전히 우리 주변을 맴도는 코로나19는 스트레스와 불편·불안을 초래한다. 당면한 과제는 불안과 공포에 위축되기보다 침착하게 대책을 세우거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일 것이다. 주어진 삶을 의미 있게 살아내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이런 현실을 직시한 작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들이 경험한 코로나19를 조형예술로 풀어내기 위해서다. 역사적으로 삶의 큰 소용돌이를 겪지 않고 비교적 순탄한 삶의 행로를 걸어온 30대 젊은 작가들에게 코로나19는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공통으로 느꼈던 불안과 공포, 불편을 이들 참여 작가들도 오롯이 경험한 것이다. 코로나19는 메시지도 남긴다. 경각심에 더한 교훈 같은 것이다. 작가들은 일련의 과정과 상황들을 각자의 시각으로 풀어내 [코로나 이후-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展에서 공유하려고 한다. 현재 한국과 외국에 거처를 둔 이들 참여 작가들의 발길을 코로나19가 잡았고 뭉치게 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세대는 남은 미래가 비교적 많은 청년세대가 아닐까 한다. 변화를 도모하려는 청년작가들의 모습이야말로 코로나 이후의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현상 중 하나이다. 현실변화에 민감한 청년작가들은 냉철하고 신선한 시각으로 작업의 변모를 꾀한다. 침체된 미술계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청년작가들에게는 도약의 장을 마련해 주자는 것이 이번 기획의 목적 중 하나이다. 참여 작가 박준성, 백승훈, 변카카, 우미란(가나다 순)은 30대 초반이며 이구동성으로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진지하게 숨고르기를 하자고 제안한다. 이들은 인생의 궤도를 전력질주 할 시기라는 점 외에도 녹록치 않은 환경에도 창작에 몰두하는 젊은 작가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박준성은 2016년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후 대구예술발전소와 공간 아르나케 등에서 전시를  한 바 있으며 현재 베를린에서 작품 활동을 한다. 박준성의 이번 전시작품 ‘TFLOOD’는 범람하는 홍수처럼 발전에 함몰된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한다. 전시장 천장에서 곡선으로 내려오는 비닐 속을 집합무의식의 무덤이라고 지정한 작가는 관객이 관(Coffin)과 같은 창(모니터)을 통해 인류의 근원이었던 흙을 보게 하고 현재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으로 시선을 끌어당긴다.

박준성작품


백승훈은 2016년에 독일로 갔다. Burg giebichenstein 대학에 입학하여 학업을 이어가던 중 코로나19로 인해 귀국했다가 한국에서 복학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전시 작품은 4개의 스피커를 전시장 모서리에 설치하고 관람자가 시멘트 조각 위를 걷게 하는 방식이다. 관람객이 시멘트 조각 위를 걸을 때 나는 소리가 폐허라는 느낌을 고조시킨다. 이와 같은 공간연출에는 관버려진 듯한 공간체험에 대한 의도가 내재되었다. 폐허는 다름 아닌 현실을 은유한다. 

백승훈 -작업이미지



변카카는 독일에서 7년간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지 1년 10개월 됐다. 2012~2016년 드레스덴 미술대학(Hochschule fuer der Kuenste Dresden) 조소과 수학 이후 2016~2018년 베를린 예술대학교 (Universitaet der Kunst Berlin) 미술과 마이스터슐러를 졸업한 변카카는 지름 2.3m 크기의 공 표면에 크래파스 재질로 만든 사람형상의 돌기를 부착해 바닥에 굴리는 작품을 전시한다. 공이 구르는 동안 크래파스가 닳으면서 흔적을 남기는데, 각각 다른 인간들의 삶이 투영된 이번 작품에 작가는 시민참여를 허용한다.  


 
우미란은 2018년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한 이후 현재까지 창작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는 작가이다. 이번 전시에서 우미란은 하얀 스티로폼 덩어리에 힘을 가해 의도적으로 파편을 만들고, 백색의 스티로폼 가루가 자신의 몸에 달라붙는 과정을 영상 촬영하여 전시한다. 스티로폼 가루를 유해바이러스로 설정하고 시각적으로 확인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작가는 스티로폼이라는 인공재료의 성질과 코로나19의 유해성을 연결 짓고 접점을 찾아 퍼포먼스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우미란작품



이번 전시의 타이틀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는 윤동주의 시 ‘바람이 불어’에서 차용했다. 시인 윤동주는 바람을 성찰의 매개체로 삼았다. 바람이 성찰의 기회를 제공했듯이 코로나19도 우리에게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새로운 삶의 방향을 모색하자는 취지가 담긴 이번 전시에는 속도만 내던 삶을 잠시 멈추고 진지하게 주변을 돌아보자는 의미를 추가한다. 반성의 의미도 짙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시련과 아픔, 불안과 불편 속에는 미처 깨닫지 못한 교훈이 있다고 하는 작가들이 예술작품으로 이 시대를 진단한다.  

작품에만 그치지 않고 작업과정을 담은 아카이브를 동시에 전시함으로써 [코로나 이후-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전은 단순한 현실묘사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현실을 토대로 한 사실적인 작업이지만 신사실주의(新寫實主義)를 연상하게 되는 이유이다. 작품을 통해 우리가 직면한 현실에서 예술이 할 수 있는 역할 점검의 시간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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