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아트피아가 기획한「2020년 수성신진작가 공모 선정전」은 2017년부터 예술가로 성장하는 신진작가들의 작업열정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수성아트피아는 작가로 발돋움 하는 청년작가들의 적극적인 작업태도와 실험정신 및 도전정신을 지지하고 그 역할에 동력이 되고자 매년 두 명의 신진작가를 선정하여 초대전 형식의 전시를 지원하고 있다. 2020년에는 두 명의 작가, 안민과 신명준이 선정되어 전시를 가진다.
그 중 안민은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에서 신명준은 멀티아트홀에서 7월 8일 부터 18일까지 전시를 가진다.
‘안민의 자동차 – 우리들의 일그러진 초상 ’
작가 안민의 작업에서 예술적 대상은 인간이다. 전작(前作)이 인간에게 다양한 동물 마스크를 씌우는 페인팅 작업이었다면 근작(近作)은 자동차 드로잉으로 일관된다. 2020년 수성신진작가전에 전시할 작품에는 사람이 생략되었다. 대신 다양한 차종이 일그러진 표정을 짓는다. 화면을 가득 채운 자동차는 모두 정상의 궤도에서 이탈한 자동차들이다. 인간이 투영된 안민의 폐차 드로잉은 부조리한 사회의 초상이다. 몰지각한 차주의 비도덕성을 꼬집고 차 주인의 부당한 판단과 어긋난 삶의 행태에 대한 지적이기도 하다.
안민은 폐차 이미지를 단색(무채색)으로 드로잉 한다. 빠른 필력은 속도감을 고조시킨다. 속도감이 넘치는 안민의 검은 자동차는 작가의 표현력을 가늠하기에 충분하다. 차량 번호를 기록하고 장소와 시간, 차종과 표면색까지 기록하여 남기는 일련의 과정에는 부패한 세상이 조금이나마 변화되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겼다. 이기심이 희화화되는 세태에서, 또는 꼼수와 반칙을 쉽게 눈감아주는 세상에서 무디어지는 법 준수와 도덕관을 안민은 그림으로 폭로한다. 화가들은 사회적 발언 내지는 고발을 붓으로 한다. 작가 안민도 마찬가지다.
안민은 어느 날 인도를 막고 있던 자동차를 보자 부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고 한다. 이러한 감정은 거대한 사회구조 속에서 미약한 개인이 느끼는 불가항력적인 좌절 또는 분노 다름 아니다. 무례한 세력에게 미력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화를 삼키거나 그림으로 심리상태를 표현하는 것일 것이다. 안민은 인간 내면에 감춰진 이러한 분노와 이중성과 몰 양심에 대한 고발을 그림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하여 우리가 안민의 작업에서 주목할 것은 부서진 자동차의 재현이 아닌 일그러진 인간의 욕망이다.
이러한 안민의 작업은 작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출발했다. 사실은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이 그보다 조금 앞선다. 작가는 선과 악, 개인과 사회의 정의에 대한 고민을 붓으로 녹여내곤 했었다. 나름의 기준을 세워 캔버스 위에 정의를 실현하기 시작한 것은 몇 년 전부터다. 종종 부당한 법집행이나 부도덕을 목격했던 안민에게 축적된 불만은 단단하던 신념에 금을 냈고 작업으로 이어졌다. 이번 수성신진작가전에서는 작가가 가장 빈번하게 목격했던 자가용을 모티브로 한 사회의 일그러진 초상을 공유한다.
신명준 ‘낯설거나 새로운 시각 – 우리의 끝은 이곳이 아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볼 때는 늘 선택과정을 거친다. 루돌프 아른하임은 저서「미술과 시지각 美術과 視知覺」에서 그 선택이 언어로 표현되지 않더라도 자체적으로 보존 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의미를 밝힐 수 없고 아름다움을 헤아릴 수 없는 이미지가 오히려 더 흥미롭다고 한다. 시각적 사고의 우수성을 강조한 것이다. 선택하는 쪽과 선택받는 쪽의 관계를 살핀 이론은 현상학이다. 아마도 수성신진작가 신명준은 이와 관련된 이론들을 섭렵하지 않았을까 한다. 자신의 작업에 끌어들인 사물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임에도 낯설거나 버려진 것이라는 것과 그것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추측해볼 수 있다.
2020년 수성신진작가전에 초대된 신명준의 작업 <우리의 끝은 이곳이 아니다>는 애초부터 조형요소와 원리를 과학적으로 해명하려는 의도는 배제되었다. 작가는 쓸모가 없어진 오브제들에 자기 자신을 투영하고 다시 쓸모 있는 형태들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한다.
신명준이 평범한 사물을 선택하면서 그 사물은 김춘수님의 시 ‘꽃’처럼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다. 신명준이 주시한 사물들은 대부분 이용가치를 잃어버렸거나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것들이다. 특별할 것 없는 사물이 낯설게 다가온 이유는 “각 사물마다 시선을 끌어당기는 포인트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신명준의 생각이다. 이전 작품이 낯선 사물에 ‘strange point’라는 제목을 붙이고 일상에서 발견한 오브제와 예술의 접점을 찾는 작업이었다면, 이번 2020년 수성신진작가전에 설치할 작품은 일상의 사물들을 낯설게 바라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일상에 활용되지만 용도가 바뀐 것, 또는 남은 것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이번 작업의 포인트다. 누군가 의미를 부여 했지만 용도가 변경되면서 새로운 기능과 의미로 남는 사물에 작가는 ‘우리의 끝은 여기가 아니다’ 라는 제목을 붙였다.
일련의 작업과정에서 우리는 고정된 시각이나 사고의 틀에 갇히지 않으려는 작가의 자유로운 사고와 마주하게 된다. 더하여 사물(또는 오브제)에 가치를 매기는 기준은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나 용도, 장소 등에 따라 다양하게 달라진다는 작가의 의견과도 만나게 된다. 신명준이 이번 2020년 수성신진작가전에 설치할 작품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대구광역시 수성구 무학로 180
Tel. 053)668-1566 Fax. 053)666-3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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