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갤러리는 2023년 8월 8일부터 10월 22일까지 쇳가루와 미디엄을 활용해 인간의 내면을 사유하며 화폭에 담아내는 이기성(b. 1959)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재료의 물성과 작업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만들어 온 이기성 작가는 최근 세계 주요 도시에 거점을 둔 오페라갤러리와 전속계약으로 그 세계적인 기량을 검증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2019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는 ‘Kalpa(겁)’ 시리즈를 선보인다. ‘Kalpa’는 쇳가루라는 재료를 활용해 정신적 사유 과정을 회화적으로 접근한 작품이다. 1전시실에는 신작 200호를 포함해 시리즈 안에서 다양한 경향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전시되며, 2전시실은 음악과 함께 작가의 작품을 밀도있게 감상할 수 있는 사유의 공간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작품 제목인 ‘Kalpa(겁)’ 은 산스크리트어로 시간의 단위로 계산할 수 없는 무한히 긴 시간을 뜻하는 개념이다. 작가는 “겁은 무한한 시간성을 뜻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작품은 경계구역을 통해 소멸할 수 밖에 없는 모든 것들의 존재론적 유한성을 암시하고자 한다.” “나의 그림은 모든 것이 변화하여 상쇄한다는 뜻을 나타냅니다. 생주이멸(生住異滅)의 과정을 겪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이기성 작가는 쇳가루를 용해하여 캔버스 위에 올린다음 붓이나 손, 도구 등으로 화면을 구성한 뒤 고착액을 붓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하여 작업한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철이라는 강한 물성은 가루가 되어 유연성을 얻고, 적막한 공기와 시간의 흐름이 캔버스 위에 차곡차곡 쌓여가며 작업은 완성된다.
세상 모든 것은 변하고 맙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처럼 물리적 공간의 모든 것은 변화합니다. 미셀 푸코의 에피스테메라는 말이 있듯이, 시대마다 세계를 보는 관점은 바뀝니다. 강남의 도덕이 북방초원에 갔을 때 그것은 속박이 되며, 유목민의 도덕이 강남에 왔을 때 그것은 야만이 됩니다. 나의 그림은 모든 것이 변화하여 상쇄한다는 뜻을 나타냅니다. 생주이멸(生住異滅)의 과정을 겪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기성)
작가의 물리적 개입이 점차 사라지면서 강인한 철이 산화되어가는 과정은 모든 존재의 소멸을 느끼게 하지만, 그 존재의 순간은 마치 영겁의 시간을 버틸 것만 같은 형상과 색감으로 남게된다. 비로소 색상이나 명도, 채도만으로는 형용할 수 없는 ‘Deep Inner Umber’가 나타난다. 이기성 작가가 전하는 깊은 사유의 공간은 10월 22일까지 윤선갤러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윤선갤러리 대구시 수성구 용학로 92-2 053-766-8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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