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아트피아는 2007년 개관 이래 다양한 전시기획으로 지역민들과 미술애호가들에게 주목받는 전시장으로 자리매김했고 초대전과 후원전 등을 통해서도 지역 작가들의 수준 높은 미술작품 발표의 장으로서의 역할과 이미지도 견고하게 다져왔다. 지난 2022년 1월부터 보다 나은 전시환경 구축을 위해 1년 5개월간 리모델링을 추진했고 2023년 5월 1일 재개관하게 됐다.
새롭게 도약을 준비해온 수성아트피아는 5월 2일(화) ‘재개관 기념 특별전’<현대미술·빛을 찾아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재개관 기념 특별전’인 만큼 차별화된 작가 구성과 진행으로 미술애호가들과 시민들에게 보다 나은 미술작품 감상의 기회를 제공한다. 초대작가는 대구를 기반으로 왕성하게 창작활동의 역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현대미술작가 곽훈(1941년~), 남춘모(1961년~), 이명미(1950년~), 이배(1956년~), 최병소(1943년~)(가나다 순)5인이다.
이들 초대작가 5인은 국외로 활동범위를 넓혀 국제무대에서 작품성을 인정받거나 한류를 견인하고 있다는 점 또한 대구뿐만 아니라 한국미술계의 자부심이라 할만하다. <현대미술·빛을 찾아서>는 대구에 연고를 둔 이들 현대미술작가 5인의 작품세계를 미술사적 맥락에서 소개하고 연계프로그램인 학술행사를 통해 역사적 의의를 환기한다. 초대작가 5인은 작품 활동의 꾸준함이 40~60년이라는 긴 세월을 차치하고라도 창작의 프로세스가 매우 혁신적이다. 매체에 대한 심층 분석은 물론 작업에 접근하는 방식이 진취적이며 진지하여 관람자들의 사유와 정신적 참여를 유도한다. 이들은 또한 익숙한 재료를 사용하지만 차별화된 조형감각으로 심미적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그것이 관람자를 다양한 질문으로 이끈다. 저마다 추구하는 예술세계는 다르지만 ‘붓질’을 유지하며 ‘빛’을 지향한다는 점이야말로 참여 작가 5인이 추구하는 작업의 공통분모가 아닐까 한다. 빛은 곧 밝음이며 희망을 상징한다. 빛과 같은 희망은 재개관하는 수성아트피아의 지향점과도 상통한다.
이번 전시 초대작가 5인의 작품에서도 이러한 빛의 흔적이 역력하다. 곽훈 작가는 오픈식에 설치퍼포먼스를 통해 빛을 밝힌다.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전쟁의 상흔을 직시한 작품으로 전쟁의 종식을 바라는 시민들의 밝은 빛 즉,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설치퍼포먼스를 통해 선보인다. 최병소 작가는 오랜 세월동안 한결같이 검은색 흑연으로 신문지 위에 어둠(흑연)을 밀착시켰지만 우리는 그 어둠을 밀며 올라오는 특유의 빛을 외면할 수 없다. 진지하면서도 명징한 소신이 투영된 검은 색 위에서 반짝이는 빛은 예술가 최병소의 고독한 예술 여정을 고스란히 비추어낸다. 아이들의 놀이처럼 밝고 경쾌한 느낌의 이명미 작가의 작품이야 말로 빛과 아주 밀접하다고 할 수 있다. 삶의 무게는 나이에 비례한다기보다 나이에 버금가는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을 때 온전한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작가가 자신의 내면을 빛 고운 물감으로 풀어낸다. 이배 작가의 숯은 검지만 검다고만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깊고 아득한 빛(현玄)을 머금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현은 단순히 검다는 의미를 넘어 고요하고 그윽하며 깊고 아득하다는 의미에 가깝다. 이배작가의 작품은 어두운 하늘을 뜻하는 북방의 빛 즉, 천지현황(天地玄黃)의 하늘빛에 가깝다. 고향 마을 들녘 밭고랑 위에서 반짝이던 비닐의 잔상이 작업의 출발점인 남춘모 작가의 작품이야 말로 빛과 불가분한 관계이다. 밭고랑은 대자연에 노출된 확장된 캔버스다. 남춘모 작가의 캔버스가 걸린 화이트큐브는 밝은 태양이 이글거리는 자연의 축소판인 셈이다.
반짝이는 빛은 희망이자 나아감이며 혁신이다. 이러한 빛의 속성은 현실을 직시하며 변화를 도모하는 현대미술의 단면과 무척 닮았다. 또한 대구 현대미술의 단면과도 상통하는 면이 있다. 대구의 현재가 이 중 어떤 빛과 인연 맺고 있는지 또는 어떤 관계에 놓여있는지, 내지는 아예 빛이 사라졌는지를 점검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전시의 주제를 ‘빛을 찾아서’라고 한 이유이다.
다음은 전시연계 프로그램 학술행사다. 5월 2일 전시 오픈식에 앞서 수성아트피아 알토홀에서 학술행사 <대구 현대미술의 맥>을 개최한다. <대구 현대미술의 맥> 개최는 현대미술이 범람하는 이 시대 ‘한국 현대미술의 동향’을 살피고 좁게는 ‘대구 현대미술의 흐름’을 정리하여 한국미술의 현주소 가늠 및 향방을 점쳐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미술평론가 윤진섭(한국의 현대미술 발제)과 오픈스페이스 배 아트디렉터 윤규홍(대구의 현대미술 발제), 그리고 미학박사 이달승(초대작가들의 작품세계 발제)이 발제를, 미학박사 남인숙과 철학학박사 김기수가 질의한다. 이번 학술 행사는 전시의 연장선이다. 단순히 작품 감상에만 그치는 전시를 지양하고 학술적 토대에 기댄다. 학술행사는 전시의 미술사적 의의와 맥을 짚어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로써 의미가 있다.
하루가 멀게 새로운 예술을 목격하게 된다. 초연결성의 디지털시대에도 지역이라는 장벽은 중앙을 넘지 못한다. 지역작가들 상당수가 중앙을 동경하고 발길을 중앙으로 옮기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러한 시점에 [현대미술·빛을 찾아서]전이 대구지역의 현대미술의 현재를 점검하고, 후진들에게 자긍심 내지는 반성, 또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문의 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팀 053-668-1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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