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시프리뷰

[전시] 봉산문화회관 기억공작소 - 민성홍展 : 두개의 산, 두개의 달, 그리고 물

by 사각아트웹진 2022. 9. 9.
728x90

봉산문화회관에서는 2022년 기억공작소 민성홍전을 '두개의 산, 두개의 달, 그리고 물'이라는 주제로 2022년 7월 27일부터 10월 2일까지 개최한다.

민성홍작가의 작품에 접근하려면 먼저 ‘버려진 것’이란 의미부터 풀어봐야 한다.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버리며 살아간다. 팬데믹 시대를 거치며 더욱더 많아진 일회용품부터 오래되었거나 쓰임새가 다 된 물건까지, 가치 없다고 생각되는 것을 쉽게 버려지고 있다. 그렇다고 민성홍 작가는 환경에 대한 의미나 리사이클링(Re-Cycling)에 집중하는 작가도 아니다.

‘버려진 것’이 단순히 쓰레기를 재활용해 예술적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내재성, 관계성, 시간성을 바라보고 있다. 작가는 아마 버려진 것들을 수집하는 행위부터 그 속에 배어 있는 시간의 흔적과 내재된 의미를 귀히 여기는 눈과 마음을 가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파괴되고 조각난 과거를 기록하고 변형시키며 타인과 접점을 발굴해 사회적 관계성을 탐구하고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기 위한 섬세한 손놀림의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결과보다 과정이 더욱더 중요한 의미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렇게 작가는 수집, 변형, 재조합 세 개의 과정을 통해 잊힐 물건들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찾아 긍정적 의미로 변화시킴으로 예술가로서 “인간의 삶이란?”에 “희망이란?” 같은 화두를 ‘버려진 것’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왼쪽부터)  1. 바라보는 신체, 2022, 수집된 오브제, 패브릭에 피그먼트 프린트, 구슬, 가변설치   2.  두 개의 달, 2022, 수집된 오브제, 구슬, 나무에 채색, 거울, 186×186×136cm   3. Skin_Layer, 2022, 피그먼트 프린트, 150×110cm 3ea


전시장에 들어서면 상하로 길게 늘어진 일상적 풍경인 두 개의 산을 마주하게 된다. 산속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수많은 메타포(metaphor)가 숨어있다. 산수화 이미지를 현수막에 출력해 구멍 뚫은 위장막에 박음질로 화려한 레이스를 꾸미고, 구슬 꿰기, 카펫에 출력한 산수화 등 정성 어린 수공예품 같은 다채로운 모습은 의미를 더욱더 복잡한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또한, 위장막 안에는 옷걸이와 수집된 가구들이 결합해 불완전한 요소가 서로 부딪치는 듯한 파편화된 이 구조물을 보여준다. 이 결합은 개개인의 역사와 경험이 접합된 것으로 낯설고 이질적인 모습이 보여주는 상호보완적 요소를 피력하는 형상이며, 그 위에 덮인 장식적인 요소가 가득한 산수화 위장막은 이상적이며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통해 한계나 제약과 같은 부정적인 조건까지도 우리의 삶의 일부분임을 인식하도록 해준다. 결국, 각자의 인식과 경험을 접합해 단순화 시킴으로 삶의 본질에 더욱더 명료하게 다가서게 하고 자기보호나 단절인 듯하지만, 산이란 거대한 안식처에서 느끼는 안정감을 통해 우리에게 모든 허물을 감싸주려는 작가의 마음이 담긴 것이라 본다.

두 개의 달, 2022, 수집된 오브제, 구슬, 나무에 채색, 거울, 186×186×136cm


 최근 누리호 발사로 우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달 탐사의 청사진까지 제시되었다. 인류 역사와 함께하며 매일 밤, 우리들의 감수성을 자극하고 인류의 진보를 가속화시켰던 달, 예술가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달을 바라볼까에 대한 호기심을 작가는 이렇게 매력적인 설치작업으로 답해 주었다. 거울 위 두 개의 축을 가진 팽이 형상의 뼈대 위에 다양한 장식물로 접합되고 이어진 모습으로 달을 구조화시킨 것이다. 작품은 좌우 축이 대칭된 모습이지만, 일정한 경계 없이 가변적인 구조물로 바닥에는 바퀴를 장착해 유동이 가능토록 했으며, 거울에 비친 벽면의 일루전을 통해 두 개의 달로 인식되도록 확장시켰다. 이는 고정된 시각에서 벗어나 관객과 호흡하길 바라는 작가의 외적인 소통의 방법이며, 버려지고 상처받은 낡은 것들의 연민과 번민을 모아 닦고, 칠하고, 장식하는 수행적 내적 소통과 결합하여 감춰주고 보듬어 주는 치유의 달로 형상화 시켰다. 이 작업은 1959년 출간된 김수영의 시집 「달나라의 장난」에서 살고자 하는 의지와 그것을 불가능하게 하는 한계 상황에서 갈등하는 한 개인의 상황적 모순을 모티브로 한 작업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현실 사이의 갈등과 슬픔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재해석한 것이다. 추가로 제시한 사진작업 <Skin_Layer> 시리즈 4개의 작품을 통해 축을 기준으로 팽이가 회전하면 구가 되고 달이 되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설명한다. 회전을 통해 또 다른 영역이 형성되고 우주적인 이미지가 충돌하는 구조를 연출하여 가시적인 영역에서 비가시적인 영역까지 이어지는 작가의 사유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들이다.

위) Skin_Layer, 2022, 피그먼트 프린트, 150×110cm   아래) 예민성을 위한 연습, 2022, 카페트에 UV 프린트, 매트리스 스프링, 레이스, 20×198×295cm


작가는 미니멀라이프가 유행인 요즘, 맥시멈라이프를 지향한다. 작가의 작업실은 쓰레기 폐기장이 연상되는 잡동사니를 모아두며 그 쓰임새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작가를 보면 “단순히 버려진 것들은 없으며 쓸모없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란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전시장 안쪽 또 하나의 쓰임새로 선택된 침대 매트리스 구조물이 바닥에 놓여 있다. 그 위에 버려진 산수화를 출력한 카펫이 덮어져 있다. 이상적이고 관념적인 산수화의 물과 푹신할 것 같지만 구조물이 드러난 스프링은 묘한 불편함과 예민함을 전달하고 있다. 작가는 이 설치물을 통해 “가려진다.”라는 표피에서 “숨긴다.”라는 내피를 함께 보여주는 듯하다. 버려진 산수화의 왠지 자연스럽지 않은 물과 카펫에 덮어진 매트리스 스프링 구조물에 나타난 불완전한 요소를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의 관계를 맺으면서 자아를 숨기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에 대한 오마주를 표하며, 적극적이고 수용적인 자세로 세상을 마주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작가의 창작에는 고단한 수행적 태도로 불안정하게 생각되는 공간을 메우고 접합해 가며 찰나 스치는 잡념이나 생각들 속에서 타인과 관계를 형성하는 접점을 찾는 불규칙한 과정이 중요함을 내포하고 있다. 이렇게 시간의 변화와 흔적의 접합을 통해 현상과 본질, 우연과 필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오가는 작가의 소통 방법이 앞으로도 관객들에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갈지 또 다른 행보가 기다려진다.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 _문의 봉산문화회관 홈페이지 053-661-3500
페이스북(bongsanart), 인스타그램(bongsanart_), 트위터(@bongsanart)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