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소, 2015년과 2018년에 이어 2022년 우손갤러리에서 세 번째 개인전”
“새벽이면 또다시 쓱싹쓱싹 연필 소리에 잠이 깨요”
1943년 대구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현재 대구에 거주하며 작업 활동을 하고 있다. 최병소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제 누구나 그의 작품이 신문지 또는 작은 일상용품의 포장지나 종이 상자 위에 볼펜과 연필로 선을 긋고 또 그어 새까만 선들이 전면을 뒤덮고, 때로는 반복된 마찰에 의해 군데군데 찢기고 갈라져 물리적 한계에 이를 때까지 반복되고 또 반복되는 작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신문지 작업을 포함하여, 현재 전시상황 戰時狀況을 나타낸 설치 작품을 이번 우손갤러리에서 2022년 3월 24일부터 5월 27일 까지 선보인다.
이은미 큐레이터는 서문에서 아래와 같이 적었다.
'최병소는 1974년 <한국 실험작가전>과 1974-78년 <대구현대미술제>의 핵심 멤버로 활동하면서 한여름 백화점 전시장에서 생선을 난도질 한 후, 생선은 사라지고 도마만 덩그러니 남겨져 냄새만 진동하게 하는 해프닝이나, 시립 도서관 미술관에서는 현장에 있는 의자들을 즉흥적으로 개별 또는 집단으로 배치한 후, 테이프로 각 영역을 표시하고 의자가 없는 자리는 테이프로만 표시하는 등의 개념적 설치작업과 같은 전위적 실험예술을 다수 보여 주었다. 또한, 그러한 작업들은 존재와 부재 그리고 허상과 실체에 관해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고 있다는 의미에서 현재의 작품과 맥락을 함께 한다. 최병소가 신문지를 작품의 주된 재료로 선택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당시에는 그것이 돈도 안 들고 가장 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 나에게 제일 잘 맞는 재료”였기 때문이라고 꾸밈없이 아티스트는 말한다. 최병소의 작품을 처음 마주할 때 느껴지는 인상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대상이라기보다는 마치 태곳적 생물이 오랜 세월 동안 땅속에 묻혀 열과 압력을 받아 자연의 에너지가 만들어낸 단단한 결정체와 같은 광물질을 연상시킨다. 오랜 관찰 후에야 우리는 서서히 우리를 지각의 길로 안내하는 감각적이고 물질적인 실체의 중요한 요소들을 검은 표면 위에서 발견 할 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마치 자유로운 리듬을 타는 무한선율처럼 여러 방향으로 이동하며 반복되는 평행한 선들이 교차하고 축적된 예술가의 즐거운 손놀림의 흔적이다.--중략-
최병소는 7살 어린 나이에 6.25 전쟁을 겪고 사람들이 눈앞에서 죽는 것을 보며 피난길을 떠났다고 한다. 국민학교 때는 노트를 살 돈이 없어서 신문을 꼬깃꼬깃 접어 주머니에 넣고 다녔고, 중학교 때는 독서신문이 너무 재미있어서 책 대신 신문을 더 많이 보기도 했는데, 그때 읽었던 한하운의 파랑새는 지금도 가슴을 울린다고 했다. 중앙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던 시절엔 서울에서 하숙했는데 앞방에 사는 녀석이 한밤중에 클래식 음악을 너무 크게 틀어서 자주 싸움이 났지만, 결국엔 본인도 클래식에 빠져 학교보다 르네상스 다방 (클래식 음악 감상실)에 더 자주 갔다고 한다.
한 인간으로서 한 예술가로서 ‘나 , 거기 존재하였노라 .’고 그의 작품을 통해 너무도 아름답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것이다 . 돌아보면 나 자신 또한 보 편적 틀에 맞춰진 형식적인 설명이나 정보를 바탕으로 최병소의 작품을 단순하게 이해해 버렸던 기억이 있다 . 그러나 그러한 해석이나 평론을 근거로 최병소 의 작품을 바라본다면 우리는 그의 작품의 진가를 진가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깊이 느끼게 되었고 , 아무쪼록 이 전시가 관객들에게 최병소의 작품에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최근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는 작가를 위해 작업을 하지 못하게 말리는 아티스트의 아내는 말한다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어요. 분명 같이 잠이 들었는데 , 새벽이면 또다시 쓱싹쓱싹 연필 소리에 잠이 깨요 .” 이를 어찌 고행이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
전시문의 우손갤러리 | 대구 중구 봉산문화길 72
info@woosongallery.com / 053-427-773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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