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아트피아에서는 2021년을 마무리하며 ‘깎,자,다,매’展을 연다. ‘깎,자,다,매’는 조각 작업에서 필수과정인 깎고 자르고 다지고 매만지다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2021년 12월 8일부터 12월 31일 까지 수성아트피아 전시실 전관에서 열리는 이 전시에는 대구의 조각가 11명이 참여한다. 초대작가는 중견·원로작가 중(가나다 순) 강대영, 김봉수, 김성수, 리우, 방준호, 박휘봉 6명과 20~30대 신진작가 김규호, 오세인, 윤보경, 이민희, 인충엄 5명 등, 총11명이다.
대구에는 경북대학교, 영남대학교, 대구가톨릭대학교에 조소전공학과가 개설되었지만 학과가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체계적인 후진양성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진다. 바로 대구 조각계의 현실이다. 조소(조각)계의 위기를 절감한 원로·중견 작가들이 적극 발 벗고 나섰다. 수성아트피아는 대구 조소(조각)계의 현재를 주목하고 전시를 통해 진단과 지향점을 찾아보고자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현재 대구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조각가 대부분은 대구 소재 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한 선·후배들이다. 이번 전시 참여 작가들도 그들(영남대학교, 경북대학교, 대구가톨릭대학교 졸업생) 중 한명이다. 80~50대 원로·중견 작가와 20~30대 초반의 신진작가들 사이에는 길고 큰 시간의 간극이 있다. 이때 시간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신진들은 이제 막 졸업을 했거나 대학원에 진학해 학업과 작업을 병행하며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찾아가는 시기이다. 반면 원로나 중견조각가들의 작업은 농익었다. 자기 색깔과 예술적 발언도 뚜렷하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점은 이와 같이 층차가 큰 원로·중견과 신진작가들이 함께 전시를 한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예술적 견해를 경청하며 전시를 통해 대구 조각계의 미래를 밝히기 위해서다.
조각에서는 작업 ‘과정’을 외면할 수 없다. 기타 장르보다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탈장르화 된 현대에 ‘조각’을 다시 ‘장르화’하고 말았으나 조각 작업의 면면을 탐색하다보면 조각 본연의 특성들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탈장르화 된 현대미술에 편입 또는 희석시킬 수 없는 부분도 많다. 작가 고유의 손맛이 큰 몫을 차지한다. 작가의 기운이 스민 손맛이야말로 조각 작품 차별화의 가늠자다. 신진작가들이 원로·중견 작가들의 작업여정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견, 원로작가와 신진작가는 1:1 매칭을 통해 소통을 도모한다. 신진작가들은 선배들을 멘토삼고, 원로·중견 작가들은 신진작가들의 신선한 발상에서 동력을 재생시킨다. 미술계에서는 선·후배간의 유대관계가 암묵적으로 멘토와 멘티의 관계를 형성하곤 했다. 주종이 아닌 상호보완의 관계이다. 협력과 협업이 중요한 조각계에서는 일반적인 문화다. 이번 전시에도 일련의 과정을 도입했다. 전시를 준비하며 선·후배가 만나 나눈 대화나 작업실 방문기, 다양한 기록들을 작업과정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그 행보를 팜플렛에 수록한다. 이번 기획전은 결과보다 ‘과정’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공공미술관의 역할 중 하나가 ‘교육’이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수성아트피아의 이번 기획은 의미 있는 일이라 사료된다. 조각계의 미래가 선 순환적으로 흐를 교두보가 되길 바라고 수순처럼 세대를 가르던 시간의 간극도 좁혀지길 바란다. 이번 전시의 관람 포인트는 시각적인 만족에서 한발 나아가 세대를 초월하여 작업으로 녹여낸 대구 조각가들의 예술적 견해를 경청하고 누리는 것일 것이다.
전시문의 수성아트피아 (053)668-1566,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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