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요즘, 대구시립교향악단(이하 대구시향)이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즐기는 스페인 음악 여행을 기획했다. 스페인어로 ‘안녕’, ‘안녕하세요’를 뜻하는 ‘올라(Hola)’를 접목해 <올라! 스페인>으로 이름 붙인 이번 연주는 오는 8월 20일(금)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만날 수 있다.
‘태양의 나라’, ‘정열의 나라’로 널리 알려진 스페인은 아름다운 자연 풍광, 이색적인 건축물 등과 함께 플라멩코, 판당고와 같은 민속춤과 춤곡이 발전한 나라이다. <올라! 스페인>에서는 이러한 스페인의 특색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샤브리에, 로드리고, 알베니스, 파야의 작품을 대구시향 부지휘자 류명우의 지휘로 선보인다. 그리고 세계가 주목하는 젊은 기타리스트 박규희가 스페인 기타 음악의 매력을 선사할 예정이다.
첫 곡은 프랑스 작곡가 샤브리에의 ‘에스파냐’를 들어본다. 인상파 음악의 선구자로 불리는 샤브리에의 대표작인 이 곡은 1882년 아내와 함께했던 스페인 여행에서 영감을 얻어 1883년 완성한 작품이다.
이어서 아홉 번의 국제 콩쿠르 우승, 아홉 장의 앨범 발매를 통해 주목받은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규희가 로드리고의 ‘아란후에즈 협주곡’을 연주한다. 기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리가 작아 오케스트라와의 협주에는 부적합하다고 여겼던 기타로 지중해 특유의 느낌을 조화롭게 그려낸 걸작이다.
작품의 주제가 된 ‘아란후에즈’는 에스파냐 수도 마드리드로부터 남쪽으로 약 47km 떨어진 옛 도시이다. 로드리고는 이곳에 세워져 있는 에스파냐 왕가의 여름 별궁을 방문한 뒤 과거의 영광과 에스파냐 내전으로 인한 혼란, 두려움 등에서 영감을 얻어 1939년 이 협주곡을 완성하였다. 곡은 기타의 라스게아도(화음을 긁어서 연주) 주법과 플라멩코를 연상시키는 악구로 에스파냐 특유의 민속 색채를 강조한 제1악장, 작곡 당시 위독했던 아내의 쾌유를 간절히 바라는 남편의 마음이 깃든 구슬픈 선율의 제2악장, 기타의 쾌활한 움직임과 관현악의 화려함이 펼쳐지는 제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2악장은 ‘KBS 토요명화’의 시그널송으로 오랫동안 사용되어 대중에게 친숙하다.
기타리스트 박규희는 세계적 권위의 벨기에 프렝탕 국제 기타 콩쿠르에서 우승한 최초의 여성이자 아시아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2012년 스페인 알람브라 국제 기타 콩쿠르에서 1위와 청중상을 수상하며 부상으로 세계적인 레이블 낙소스에서 앨범을 발매와 함께 스페인 전역에서 투어 공연을 진행했으며, 카네기홀(와일홀)에서 미국 데뷔 연주를 했다. 일본 도쿄음대를 거쳐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를 수석 졸업하였고, 현재 스페인 알리칸테 음악원에서 마스터 과정 수석 졸업 후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이와 동시에 유럽과 일본, 한국 등 세계 각지의 다양한 무대에서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다.
휴식 후에는 이사크 알베니스의 ‘스페인 모음곡 제1번’을 통해 에스파냐 지역의 아름다운 풍광을 민속 선율로 만나본다. 1887년 알베니스는 1년 전 작곡한 그라나다, 카탈루냐, 세비야, 쿠바라는 4개의 피아노 소품을 모아 스페인 모음곡을 만들었다. 그런데 알베니스 사후인 1912년, 호프마이스터 출판사가 알베니스의 카디스, 아스투리아스, 아라곤, 카스티야까지 4곡을 추가해 재출간하면서 지금의 8곡으로 이뤄진 스페인 모음곡 제1번이 되었다.
이 8곡은 제목에서처럼 각 지역의 고유한 음악 양식을 담고 있고, 알베니스 만의 독특한 리듬과 화려한 색채감, 자유분방한 열정을 느낄 수 있다. 뜨거운 태양과 정열, 삶의 애환까지 한데 어우러진 이 일련의 음악적 회화는 알베니스의 대작 ‘이베리아’와 함께 가장 스페인적이면서 가장 현대적인 음악으로 사랑받고 있다. 스페인 모음곡은 피아노뿐만 아니라 기타로도 편곡되어 자주 연주된다. 이날은 스페인 출신의 작곡가 부르고스의 오케스트라 편곡 중 ‘카스티야’, ‘그라나다’, ‘세비야’ 이 3곡을 발췌하여 연주한다.
마지막 무대는 마누엘 데 파야의 ‘삼각모자 모음곡 제2번’이다. 파야의 삼각모자는 발레뤼스를 창단한 디아길레프의 의뢰로 만들어진 발레음악이다. 안달루시아 지역의 민화를 바탕으로 한 알라르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줄거리는 권위의 상징인 삼각모자를 쓴 시장이 물방앗간 주인의 아내에게 첫눈에 반해 그녀를 유혹하지만 실패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조롱당한다는 내용이다.
음악은 1917년 초 완성되었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 중이어서 ‘시장과 물방앗간 주인의 아내’라는 제 파야는 발레의 성공에 힘입어 주요 장면에 사용된 음악을 발췌해 오케스트라 연주용 모음곡 제1번과 제2번을 만들었다. 모음곡 제1번은 1막을, 모음곡 제2번은 2막의 내용을 담고 있다. 모음곡 제2번은 ‘이웃집 사람들의 춤’, ‘물방앗간 주인의 춤’, ‘마지막 춤’까지 3곡으로 이어진다. 파야의 삼각모자는 발레 음악뿐만 아니라 스페인의 대표적인 관현악곡으로도 널리 사랑받고 있으며, 지방색이 넘치는 선율과 탁월한 오케스트라 기법을 보여준다.
연주를 앞둔 류명우 부지휘자는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정열의 춤 플라멩코는 스페인인들의 삶이자 문화이고 정신이다. 이번 무대에서 만나게 될 스페인의 다양한 민속 춤곡 선율을 따라 이국적이고 색다른 기분을 느끼며 여행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또 평소 만나기 어려운 기타 협주곡을 세계 정상급 기타리스트인 박규희의 연주로 감상하며 색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대구시향 기획연주회 <올라! 스페인>은 일반 R석 3만원, S석 1만 6천원, H석 1만원으로, 객석은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제한적으로 개방할 예정이다. 단, 코로나 19 상황에 따라 객석 운영 계획은 변경될 수 있다.
공연 당일 오후 2시 30분까지 대구콘서트하우스 홈페이지(concerthouse.daegu.go.kr), 인터파크(1661-2431) 등에서 예매할 수 있다 문의 : 대구시립교향악단 053-250-1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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