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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프리뷰

[전시]2023 기억공작소Ⅰ 김미련展 안개의 그림자 Ⅱ

by 사각아트웹진 2023.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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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장소, 그리고 사건을 기억하는 우리들의 자세까지 김미련 작가의 독특하고 날카로운 시선이 돋보이는 2023 기억공작소 두 번째 전시 “안개의 그림자 Ⅱ”가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에서 2023년 5월 3일부터 7월 9일까지 열린다.

기억공작소-김미련_still here -전시장 입구 네온 불빛이 야릇하게 반짝이고 내부에 “화이트 크리스마스”음악이 작게 귓가를 맴돌아 70년대 할리우드 영화 같은 익숙한 분위기를 마주한다. 핑크빛 네온의 ‘america’는 우리 근대사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나라 미국의 스펠링 대문자 A를 소문자 a로 고쳐 고유명사가 아닌 대명사로 변환해 네온 불빛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는 라이트 아트가 흥미롭다.


작가는 과거를 소환해 현재의 삶과 미래까지 생각토록 한 섬세한 관람 동선으로 기존 역사적 서사를 개인의 서사가 주가 되어 비춰보고 이것이 누구나의 서사에도 포함되는 보편성으로 확장시키는 작업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는 동양철학가인 류승완 박사와의 협업으로 개인 서사를 기록학적 측면에서 무명의 개인 서사와 역사적 사실과의 관계를 조명했으며, 애니메이터 손영득 교수와의 협업으로 서사의 초현실적 영상 구현을 통해 시지각적 몰입을 확장시켰다. 이렇게 인문학자와 3D 애니메이션 작가와의 학제간 협업으로 학문적 예술적 지평과 공감의 영역을 입체화시킴으로 작가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명확하고 짜임새 있게 구현했다.

기억공작소-김미련_Grandmother’s period


작가 김미련은 ‘역사성과 장소성’을 기반으로 우리가 당장 현실적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일상을 다원적으로 탐구하는 작가이다.

동인아파트 재개발을 둘러싼 이야기<나의 살던 고향은>, <동인동인 東仁同人>, 문화비축기지의 <기억을 걷는 시간들>, <녹색게릴라 자연>, 생명예술제 <DMZ 인제 서화 DMZ 평화> 등의 국내 전시부터 독일에서 열린 <SPOOKY- MENTAL>, <Return>, <nomansland. academy> 등의 다양한 전시까지 사회, 문화, 정치, 생태를 역사 속의 한 맥락 안에 특정한 장소의 관계성을 연결하는 작업을 펼쳐왔다. 또한 사회 속 가려진 비가시적인 면을 가시화하는 일관된 시선으로 그것을 구체화하기 위한 최적화된 매체를 이용하기 위해 일정한 패턴을 구축하지 않는 다매체 작가이다. 이렇게 우리 주변의 삶과 세계의 흐름을 익숙한 시선이 아닌 깨어있는 시선으로 마주하기 위해, 작가는 자신의 신념을 실현하고 행동하는 태도로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역설하고 있다.

기억공작소-김미련_안개의 그림자, 모든 경계


미국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에릭 호퍼(Eric Hoffer)는 “권력은 부패한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나약함 역시 부패한다. 권력은 소수만을 부패시키지만 나약함은 다수를 부패시킨다.”라고 말하며 권력에는 침묵하면서 약자를 향해서 내뱉는 증오나 악의는 당사자가 나약하고 깨어있지 못하기 때문에 힘 있는 자의 부당함에 눈을 돌리고 약한 자에게 필요이상으로 분노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면에서 김미련 작가는 예술이 삶과 이반되는 것을 경계하고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삶으로서의 예술’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사회적 문화적 배경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수용을 통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정형화된 예술에 무리지어 편승하는 나약함을 버리고 불합리에 대한 사회적 질문들을 쏟아내는 특별한 작가이다. 


이번 전시가 다소 무겁고 우리의 삶과 관계없는 과거의 이야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도 일상 속에서 겪고 있는 내용들이다. 우리민족이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냉전시절 이데올로기 갈등, 전쟁을 겪은 부모 세대에서 파생되는 아픔, 그리고 가까이 우리 주변 생활 속 불합리한 일들에 침묵하는 나약함까지... 익숙한 습관에서 머물지 않고 깨어있는 시선으로 나 아닌 타인에 대한 공감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단초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문의 봉산문화회관  053-66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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