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 기획 기억공작소 - 신기운展이 2022년 5월 11일 부터 7월 10일까지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에서 열린다.
신기운 작가의 ‘리얼리티 테스트-의자가 없다展’은 “지금 공간이 가상현실인지 실제 존재하는 공간인지 구분하기 어렵지 않은가?”라는 의문에서 시작한다. 가상의 세계는 이미 현대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기술의 진보로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는 자체가 점차 모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시각적 인지를 눈으로 보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인지과학에 의하면 학습이나 경험을 통해 뇌의 구조적 파악으로 시각정보의 특징들이 선별적으로 처리된다. 뇌의 작용원리와 의식현상에 대한 연구가 발전할수록 자연스럽게 그 틈을 파고든 시각적 환경이나 사회적 합의가 조성되면 가상이 현실로 인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기운 작가는 영화 매트릭스에 나온 대사 "There is no spoon"을 예를 들어 설명한다. “내가 보고 있는 자신이 실존하지 않으며 프로그래밍된 가상의 실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쉽게 믿기는 힘들다.”라는 것이다. 결국 뇌의 반응이나 믿음으로 결정되는 것이지만 가상이 실제보다 더 실제같이 존재하게 되면 명백한 가상현실임이 분명하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인지하게 되는 모순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덩그러니 중심에 배치된 의자와 체험할 수 있는 오큘러스, 모니터 등의 영상미디어 기계가 존재할 뿐 실제 작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기계장치의 구동으로 전시가 구현될 뿐이며 전시장 벽면의 대형 영상작품도 VR 체험으로 보여주는 3차원 공간 모두가 가상이고 실체가 없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관람자가 의자에 앉았지만, 바라보는 영상 속 의자는 가상공간에 존재하는 의자이며 분명히 관람자가 전시장에 존재하고 있지만, 시각 속 공간을 작가가 만든 가상공간으로 이동시켜 실제와 같은 체험을 하는 프로세스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공감 장치로 전시 오픈에 피아니스트 고희안을 초청해서 작가의 가상영상 6개 작품을 보며 즉흥연주를 하는 퍼포먼스를 봉산문화회관 가온홀에서 선보였다.
이전 전시에서 실험하였던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의 작업의 연장선이지만 비대면이 아닌 대면 공연으로, 실존하는 영상이 아닌 가상의 영상으로 관객들이 ‘메타버스’에 대해 쉽고 친숙하며 몰입감 있도록 다가서는 실험을 시도했다. 이어 공연에서 녹취된 음악과 녹화된 영상을 전시장에 다시 구현하는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을 보여주며 다채로운 공감을 유도한다. 그래서 벌써 현실이 된 가상의 세계에 대한 예술적 해법과 함께 다소 생경하게 느껴지는 관람객들에게 자유로운 상상 속 예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함으로 성큼 다가선 미래에 대한 예측과 변화를 사유할 수 있도록 다가선다. 아울러 점차 소실된 한정적인 공간을 대신하게 될 내적 새로운 공간인 가상의 세계가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적 유토피아임을, 아울러 인간의 역할 축소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성의 공포까지 다양한 예술적 담론을 형성케 하고 있다.
작가는 예술을 ‘감각적인 시각 자극을 통한 뇌속의 변화’로 정의하고 ‘시각적 이미지를 구현하는 첨단 기술들 또한 다른 기술의 발전과정의 한 소절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결국, 작가에게는 우리가 감각적으로 이해하는 예술의 방식은 존재에 근거하지만, 시간성과 존재성을 함께 바라보는 의식을 통해 변화해 가는 감각의 전이가 예술이며, 그 실천을 위해 새로운 기술을 탐미하는 과정에서 기존 예술에 대한 인식과 가치에 의문을 던지는 또 하나의 전위적 발현을 통해 감각적 자율성의 스펙트럼을 넓히며 지속 가능한 예술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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