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신라 서울에서는 2021년 9월 3일부터 10월 1일까지 박두영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작가 박두영(b.1958~ )은 1982년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1984년에는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83년부터 2018년까지 대구,서울, 일본 도쿄 등에서 13회의 개인전을 가졌고, 1980년대부터 앙데팡당전, 서울현대미술제, 3월의 서울전, 하드코어-대전 코넥션전, TA-RA그룹전, 캐러밴 대구-파리전, 메이드인대구 II 등 현대미술 계열의 작가들이 참여한 단체전들을 통해 작품을 발표해왔다.
1980년대에는 주로 사진이나 오브제, 자연물 등을 이용한 설치작업을 했고 1992년 이후에는 보색 대비나 색조 단계를 표시한 줄무늬 평면작업들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캔바스 작업 20여 점이 전시된다.
작가는 1980년대에는 일반적이지만 보편적이지 않은 기호나 개념들, 신체에서 유래한 감각 기제나 가치를 결정하는 일련의 의식 작용을 돌아보는 것이 작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으며 모두가 공유하는 개념이나 사실들이라 할지라도 개인마다 구축한 세계 모델이나 기호 체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미술의 일은 이것을 반성하고 재정의 하는 일이라고 믿었다.
1992년 무렵부터 그는 새롭게 회화를 시작했다. 화면들은 거리의 어닝이나 가림막 같은 것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트라이프 패턴을 캔바스나 종이 위에 옮긴 것인데, 수직 수평의 직선면을 분할해서 반복한 것이다. 그림들은 녹색과 적색, 청색과 황색 등 잘 알려진 보색쌍을 교대로 배치하거나 색면 단계를 표시한 것으로, 종이나 캔바스에 수채물감이나 스스로 개발한 안료 혼합재료로 그린 것이다. 처음에는 규칙적으로 분할한 칸에 정한 색을 채워 넣는 방식으로 그렸지만, 점차 배열 규칙은 유지하면서 붓질의 느낌을 살리거나 재료를 겹치고 덧붙이는 등 방법에 따라 변화를 주고 있다.
“이미지에 대한 기대는 없다”고 말하는 그는 회화 내부의 서사나 담론에 매달리지 않는다. 미술 가치는 미술 형식 외부에 있으며 조형의 범주를 넘는 존재의 일로서 의미는, 그것을 수행하는 마음과 태도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는 스스로가 선택한 단조롭고 무미한 작업을 견디고 유지하는 삶을 통해 미술의 경계를 지우고 인간의 보편 가치에 이르고자 하는 것이다.
무엇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것에 어떤 가치가 내재하고 있는가? 작가는 1980년대부터 미술 개념을 구성하고 있는 의미의 영역과 실존의 접점에서 자기의 역할을 발견하고 나름대로의 방법을 통해 이를 표현해왔다.
직면하고 있는 이 세계는 ‘스스로 제작한 기호(記號)체계로 쌓아올린 허구의 장치’이며 ‘일체 세계가 마음으로 지은 것(一切唯心造)’이라는 작가의 세계 인식은 서사(敍事)나 환영(幻影)이 없는 이미지를 선택하게 했고, 궁극적으로 수직 수평의 줄무늬 보색 화면을 회화로 만들었다.
작가 작업에는 외부 세계의 담론이나 이미지를 통한 욕망의 표출, 자아실현의 기대 같은 것은 없다. 화면은 그저 공책의 빈 칸이나 줄 친 도표처럼 명료하지만 공허한 도상으로 채워져 있다. 너무나 밋밋해서 몰가치해 보이는 그것들에 최소한의 의미라도 부여할 수 있다면 그것은 비슷한 규칙을 반복하는 지루함을 견디고 매순간 번뇌(煩惱)를 다스리며 마음을 다잡는 하루 하루의 태도와 일상(日常)으로부터 나온다고 믿는다.
작가에게 미술이란, 마음 내부의 지향성을 형상 기호로 구현하는 일에 그치지 않고, 생을 통해 이어가는 것이며, 이념이나 감각의 경계를 넘어 인간 존재의 보편 가치에 이르는 길이라고 한다.
문의 GALLERY SHILLA | Seoul 서울 종로구 삼청로 108
010 9375 6543 / 070 411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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