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신진작가전은 수성아트피아가 기획하고 수성아트피아 후원회가 후원하는 전시이다. 신진작가들의 도전정신과 창작활동에 동력을 제공해온 수성신진작가전은 수성아트피아가 2017년부터 진행해온 신진작가 발굴·지원 프로그램이다. 2021년 5회를 맞는 수성신진작가 공모에 올해도 두 명의 작가가 선정되었다. 대구예술대학교 졸업 후 국민대학교 대학원에서 인터미디어아트를 전공하고 있는 김상우 작가와 대구대학교와 동대학원을 수료한 현수하 작가가 그들이다. 선정된 두 작가는 각각 영상설치(김상우-멀티아트홀)와 평면회화(현수하-호반갤러리)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7월 8일(목)부터 25일(일)까지 수성아트피아 전시실 전관에서 열린다.
리얼리스트들은 유기적 통합과 파괴를 선도하였다. 그들은 사물을 불완전하게 만들었으며 부분을 낯선 사물의 중간에 끼워 넣어 분리시켰다. 현수하 작가의 작업도 이와 유사한 방식이다. 현수하 작가의 작업은 ‘선’이 주된 조형요소이다. 공간과 관객간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사건 또는 기억을 ‘선’이라는 조형요소로 기록한다. 작가의 개인적인 삶의 편린도 중첩 되거나 교차된 선으로 표현한다. 장지 위에 선들이 포진한 이유이다. 작가-공간-관람객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한 선들은 예기치 못한 공간을 만들고 형태의 불완전을 도모한다. 다양한 시간대의 다양한 경험과 기억을 암시하는 선들이 모여 현실과 다른 차원의 공간을 연출한다. 그 지점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잉태된다. 탄생한 이야기는 대부분 작가 개인의 일상이 토대이다. 현수하 작가가 작업노트에서 “무의식 속에서 즉흥적으로 하루의 경험을 선으로 남긴다.”고 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전시 타이틀 ‘사랑의 방식들’이 결정되기 전 작가가 제시한 가제(假題)도 주목된다. ‘사랑하는 수많은 방식들’, ‘우리들의 수많은 이야기’, ‘세상의 모든 나들’, ‘세상의 모든 나에게’, ‘수많은 방식들’, ‘수많은 나’ 등이 그것이다. 모두 작가가 작품으로 녹여내고자 일상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이다. 작가는 “내가 지은 이 가제들은 수많은 관계가 만들어낸 삶의 형식과 단면들을 대변한다.”고 한다. 결국 현수하 작가가 장지위에 나열한 선들은 스토리로 향하는 진입로이자 이야기를 구성하는 텍스트로 기능한다. 작가는 관람자들에게 중첩된 이 선들이 회화로 구현되었을 때 다가오는 느낌을 ‘본다’는 행위를 통해 새롭게 경험해보기를 제안한다.
우리가 현수하 작가의 표현방식에서 주목하게 되는 것은 선의 반복 또는 중첩이다. 미술에서는 한 대상의 통일감, 유기적인 성격, 견고함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는 것 중의 하나가 중첩이다. 중첩은 계속적인 시각개념으로부터 벗어나 변화를 창조해낸다. 또한 서로 연접한 단위(또는 공간)들을 구분하거나 동시에 다른 평면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현수하 작가의 작업에서는 무수히 많은 선들이 그것을 담당한다. 선을 교차하고 나열 또는 반복함으로써 르네상스시대가 낳은 투시도법을 슬쩍 밀어낸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시각적 관계를 화면에 묘사 가능하게 한 투시도법이 현수하 작가의 작품에서는 유동적으로 흔들리며 시각을 고정시키기 않고 모호하게 방향 전환한다. 재행무상(諸行無常)을 그려볼 수 있는 지점이다.
‘적막’, ‘장마가 만든 풍경’, ‘뱅뱅이’, ‘날은 흐려도 모든 것이 선명했던’, ‘가득찬 밤’, ‘이중 풍경’, ‘덕영탕’ 과 같은 제목은 작가가 경험한 일상의 풍경이다. 누구나 겪을 법한 일상은 늘 반복되는 것 같아도 끊임없이 변하고 시시각각 다른 모습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일상을 다양한 선으로 표현하되 작품의 완성은 공간에 머물렀을 관람자들의 몫으로 돌린다. 작품의 일부는 선보다 면이 압도적이다. 아마도 작가의 새로운 시도가 아닐까 한다. 아쉬운 것은 새로움을 탐구하고 소화하여 작품으로 녹여낼 충분한 시간이다. 향후 전개될 작업여정과도 무관하지 않다. 현수하의 작업 행보를 묵묵히 지켜보아야할 이유이기도 하다.
작가가 시민참여프로그램을 위해 도입한 것은 설문조사다. 설문조사지를 토대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살펴본다는 것이 작가가 이번 전시와 연계한 시민참여프로그램의 컨셉이다. 참여프로그램은 마침내 떠난 이들의 흔적과 남은 이들의 이야기들을 듣는 것이 되고 그것은 또 다른 방식의 기록이자 하나의 아카이브로 남게 될 것이다.
문 의 : 수성아트피아 (053)668-1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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