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태 작가의 작업실엔 조각난 종이가 즐비하다. 종이 파편은 천장에 매단 구형에서부터 원형과 비정형으로 뭉쳐진 것 외에도 나무판 위에 고정시켜놓은 것 등, 댜양한 형태로 거듭났다. 바로 2021년 3월 3월 9일 부터 21일까지 수성아트피아 초대전에서 선보일 신작들이다.
박종태 작가의 근작은 종이 자르기로부터 출발한다. 10여 년 전 서재를 가득 채운 책들을 파쇄하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작가에게 종이는 책과 동일선상에 있는 작업의 재료이다. 흔히 책을 사색의 창이라고 한다. 정보나 지식의 보고라고도 한다. 이러한 책을 짓는 사람은 대부분 지식인들이다. 박종태 작가에게 종이(책)자르기는 ‘글자 부수기’나 다름없다. 종이가 잘리는 순간 수순처럼 종이 위에 새겨진 글자가 산산이 부서지기 때문이다. 이때 부서진 글자는 말과 언어, 정보, 교양까지 포괄한다. 지식을 은유하기도 한다.
청년기의 박종태 작가는 사회과학 책에 푹 빠져 지냈다고 한다. 사회현상에 관심이 컸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한때였지만 정당 활동과 밀양·청도 철탑투쟁에 참여했던 이력만 봐도 짐작은 간다. 하여 초기작에는 사회를 겨냥한 날선 비판이 서려있다. 부조리한 사회지도층이나 지식인에 대한 저항(반항심)도 버무려져 있다. 모두 종이 파쇄 행위와 밀접하다.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박종태 작가의 종이 파쇄 행위가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일련의 행위를 파괴가 아닌 변화의 도모로 봐달라고 한다. 종이 본래의 형(形)을 변형시켜 용도변경을 시도한 것은 ‘새로운 창조를 위한 능동적인 창작행위’라는 것이 작가의 고백이다. 작가는 자신의 종이파쇄행위가 ‘데리다의 긍정적 해체주의’와도 상통한다고 한다.
색채학자들은 빨강, 파랑, 노란색을 순색으로 분류한다. 빨강, 파랑, 노란색은 오방색((황(黃), 청(靑), 백(白), 적(赤), 흑(黑))을 구성하는 주요색이다. 동양의 오행사상을 상징하는 색이다. 가장 순수(純粹)한 색상을 자랑하는 ‘순색(純色)’은 다른 색을 섞어서 만들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삶을 둘러싼 무수한 지식과 정보, 편견과 상념이 순수한 원색으로 거듭난 것이다.
50대 중반의 박종태 작가는 말을 아낀다. 섣불리 단정 짓는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는 신중함으로 읽혀진다. 남보다 조금 늦게 조각을 전공한 후 곁길을 돌아 작업에 매진한다. 50대 후반에 이른 작가는 이제야 ‘내가 누군지를 질문하고 본질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유년시절부터 예술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박종태는 이제 진지하고 진솔하게 자신의 꿈을 향해 전진한다. 이번 수성아트피아 초대전에서 선보일 작품들은 그 꿈의 한켠이다. 진지한 삶의 과정이 빚어낸 자기 관조의 결정체들이다.
전시장소 :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 전시기간 : 2021년 3월 9일 ~ 2021년 3월 21일 작가를 만나다 : 예정
문의 : 수성아트피아 (053)668-1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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