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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프리뷰

다큐멘터리 영화 “당신은 누구죠?(Who R U?)

by 사각아트웹진 2021.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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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현대미술가협회 소속 현대미술가 44인의 다큐멘터리 영화 “당신은 누구죠?(Who R U?) - 감독 남기웅”가 대구시 중구 현대백화점 CGV에서 2021년 2월 22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된다. 현대미술가 44인이 각자 극의 주인공이자 시나리오를 직접 쓴 영화로 다큐멘터리와 옴니버스의 성격을 띠지만 극영화에 가까운 작품이다. 영상은 작가마다 1분에서 3분 동안 보여 지며 지극히 개인적인 모습에서부터 실험적인 영상 그리고 영상 자체가 작가의 작품이 되는, 44편의 독특한 영화가 한데 모여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었고 대구현대백화점 CGV에서 시사회를 열게 되었다.             


현대미술이나 미술가의 영화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작품소개와 인터뷰 위주가 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한 작가를 제외하고는 인터뷰 말이라든지 작품에 대한 소개가 없다. 작가는 인간이자 예술가로서의 자신과 현대미술에 대한 지금의 생각 그리고 자신의 작품 등을 은유적, 영화적, 실험적, 공격적, 해학적으로 표현한다. 어떤 작품은 시적이며 어떤 작품은 너무나도 영화적이고 어떤 작품은 눈부실 정도로 아름답고 어떤 작품은 폭소를 자아낸다. 관객은 107분 동안 44편의 작품을 보면서 그동안 난해한 그림만을 그린 현대미술가들이 스크린에서 이토록 흥미로운 작업을 보인다는 것에 신기함마저 들 것이라 본다. 

촬영현장



이 글의 화자는 나(감독)이다. 나는 대구현대미술가협회 회원으로 그룹 전을 하게 되었다. 어느 날 홀로 전시장 청소를 마친 후 조용히 다른 작가들의 그림을 보게 된다. 도대체 뭔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 이걸 보고 나보러 뭘 알아야 한다는 거지? 나는 현대미술을 이해할 수 없는 일반 관람자로 변신을 해 이런 상상을 해 본다. 관람자는 갤러리에 들어온다. 그림을 본다. 대체 캔버스에 뭔 짓을 한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나 함께 온 친구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그림 정말 좋다. 친구와 헤어지고 난 후 전시장에 다시 온 관람자는 그림을 알고 싶다. 작가 프로필을 본다. 출신학교, 개인전, 단체전, 작품 보유자뿐이다. 평론가의 글을 본다. 두 세 단어 넘어가니 이건 그림보다 더 모르겠다. 그래서 작가를 직접 만나보기로 하고 대구현대미술가협회에 전화를 하니 큐레이터가 작가님에게 물어 볼 테니 잠시만 기다려 보라고 한다. 잠시 후 큐레이터 왈 관람자님 작가님께서 바쁘셔서 어떡하죠? 혹은 작가님이 마음이 좋으셔서 커피 한 잔이 허락된다. 작가와 관람자는 만났지만 할 말이 없다. 선생님 작품 너무 좋아요. 네 감사합니다, 다음 전시 때 꼭 오세요. 두 사람은 이렇게 헤어진다. 관람자는 현대미술에 대해 갤러리에 걸린 그림에 대해 알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촬영현장


다시 나로 돌아와 그림을 본다. 그런데 내가 알 수 있는 걸 딱 하나 발견한다. 그건 그림 구석에 써진 작가의 싸인이다. 나도 싸인이 있다. 누구나 있다. 싸인은 대부분 한글 알파벳이니 금방 알아본다. 이 싸인이 이 그림을 그린 작가란 말이지? 

영화감독으로 돌아온 나에게 뭔가 스친다. 그림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르겠고, 작가의 말을 들어봤자 거짓말 할 게 뻔하고 평론을 본들 더 모르겠고, 그래 내가 알아보는 이 싸인의 주인공이 대체 누군지 영화에 담아보자. 영화는 적어도 그림처럼 골치 아프지는 않으니까. 그럼 방법이 뭐지? 인터뷰 노! 작가소개 노! 작품소개 노! 순수하게 작가를 잡자! 대체 저 속에 뭐가 들었기에 저런 그림을 그린단 말인가! 이렇게 잡아내면 일반 관람자가 조금이라도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지 않을까? 나는 이 이야기를 대구현대미술가협회 이우석회장님께 말한다. 회장님은 단번에 오케이! 영화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먼저 작가들을 만나다
내가 찾아가면 선생님들은 의례 그동안 하신 전시 안내 책자부터 꺼내신다. 그리고 작품에 대해 말씀을 하신다. 나는 한참을 듣다가 안내 책자를 덮고는, 선생님 저는 선생님 작품소개를 위해 온 게 아닙니다. 선생님 그림, 인터뷰, 작품소개는 인터넷, 유튜브, 페이스 북, 신문에 다 나와 있어요. 제가 그걸 또 왜 해요, 저는 그런 거 다 필요 없고 선생님이 누군지 알고 싶어서 왔어요. 그리고 그걸 찍을 겁니다. 그때부터 선생님들은 이게 뭐지? 하신다. 한동안 아무 말씀 없으시다가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되죠? 그때부터 나는 이 영화의 시작부터 이 이야기의 주제 목표 방법을 말한다. 그제야 선생님들은 이해를 하시며 숙제에 들어간다. 나(영화감독)는 개입을 안 한다는 게 철칙이다. 왜냐면 영화감독은 극적 스토리가 일상이기에 내가 개입을 하면 거짓이 된다. 나는 인내하며 기다린다. 선생님이 선생님의 시나리오를 쓰실 때 아주 조금 개입을 한다. 하지만 그 개입은 영화의 기술적인 개입일 뿐이다. 이렇게 19일 동안 44명의 선생님들을 만나고 선생님들의 시나리오를 받았다. 사실 영화 촬영하는 것 보다가 이 시간이 더 힘들었다.    

서울에서 촬영감독이 내려왔다. 영화인은 나와 촬영감독 단 두 명, 나머지 조감독과 연출부(1명)는 현미협 작가님들이다. 제작비 여유가 없었기에 촬영 기간도 여유가 없다. 선생님들은 흩어져 있지, 거기에 따른 이동시간, 겨울이라 해는 빨리 넘어가지, 하루에 세 명, 어떤 날은 네 명, 새벽부터 일어나 촬영을 한다. 선생님들은 영화 뭐 별거야? 금방 끝냅시다! 잠시 후, 또 찍어?? 와 영화가 이런 거구나, 게다가 주인공이니 더 어렵지, 촬영을 모두 끝내면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수고했다며 스탭에게 밥을 사주시고 따뜻한 커피를 사시고 정성을 다해주신다. 사고하나 없이 모두 즐거운 촬영을 했다.         

감독인 나조차도 몰랐다. 이런 영화가 나올 줄은. 물론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한 일반 관객이 보면 재미없겠지만 영화는 재미로만 보는 게 아니다. 이 영화 최초의 목표가 작가님들을 진솔하게 담아내는 게 목표였기에 거기엔 상업영화처럼 극적인 것이 개입되지 않았다. 극적인 것이 개입이 되면 작가님들은 연기를 해야 하고 진솔한 모습이 아닌 거짓을 말해야 한다. 이 영화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 
촬영을 시작하며 촬영감독이 말한다. 이런 영화인 줄 몰랐다고, 자기는 인터뷰 하는 줄 알고 마이크를 빌려왔는데 인터뷰 마이크가 소용이 없다고, 편집기사도 같은 말을 하고, 사운드 믹싱대표도 같은 말을 한다. 인터뷰도 작품소개도 아니네? 그리곤 하나같이 말한다. 좋은데? 화가만 하지 말고 음악가도 해, 무용가도 하고 등등.. 

이제 알았다. 영화는 극영화, 실험영화, 다큐멘터리만 있는 게 아니라고...


참여작가
강석원/구지량/권기자/권기철/권정호/김강록/김결수/김민수/김석화/김아영/김재경/김정태/김진영/노인식/노중기/노창환/도경득/류지헌/박 걸/박옥이/방복희/서보명/신수원/신현찬/양성옥/윤석민/이동재/이무훈/이영미/이영철/이우석/이인석/이태호/정성태/정익현/정자윤/정태경/조경희/조미향/차정보/허남문/홍병우/박토마스/이안민지

 

시사회 기간 2021.2.22.(월) 오후 2시 (인사말 10분)
대구현대백화점 CGV
주최  대구현대미술가협회
주관  대구현대미술가협회/무장단필름
문의  053-42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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