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갤러리는 2023년 2월 7일(화)부터 2023년 3월 26일(일)까지 독일 작가 피터 앙거만(Peter Angermann, b. 1945)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다채로운 색과 리드미컬한 구성으로 담아낸 야외 풍경 작업(Plein-air)과, 유머와 철학을 결합해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아내는 스튜디오 작업 두 경향의 작품 20점을 선보인다.
피터 앙거만은 1945년 독일 남부에 위치한 바이에른 주의 작은 마을 레하우(Rehau)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과 자연과학에 흥미를 느끼던 그는 1966년부터 1968년까지 뉘른베르크 미술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1960년대 당시 미술학도로 야망이 있었던 앙거만은, 특히 독일과 미국의 팝아트와 개념미술에 영감을 받았다.
1968년 가을, 당시 현대미술계는 물론 20세기 문화 예술계에 큰 충격을 준 ‘사회적 조각’의 창시자 요제프 보이스(Joseph Beuys)가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던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로 학교를 옮겼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며 억압과 권위에 반대하는 보이스의 행보에 이끌렸기 때문이다. 앙거만은 보이스의 제자로 그처럼 정통적이지 않은 재료를 사용하는 ‘플럭서스(Fluxus:반예술적 전위운동)식’ 작품을 진행하며 스승의 총애를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보이스의 엘리트주의적이고 난해한 작품세계와 자신을 동일시할 수 없었다.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진 동창생들과 함께 ‘YIUP’ 그룹을 결성해 보이스의 수업에서 그의 원칙에 반항하는 비판적인 작업을 펼치기도 했다.
1960-70년대 당시 독일 미술사는 전통적인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의 비물질적인 개념이 강하게 특징지어졌다. 그에 따라 풍속화나 산수화 같은 전통적인 구상 회화는 점차 후퇴하였다. 1972년, 아카데미를 떠나면서 앙거만은 자신이 빈손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는 스승인 보이스가 하는 종류의 예술에서 개인적인 의미를 찾지 못했고 본질적인 관심을 잃었다. 그는 보이스의 아이디어를 전부 폐기한 후 회화(Painting)의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당시 지배적이었던 개념미술과 보이스의 가르침에서 벗어나 잊혀진 구상미술에 헌신하게 된 것이다. 1979년, 비슷한 고민을 하던 동창 밀란 쿤(Milan Kunc)과 얀 크납(Jan knap)과 함께 또 다른 그룹 ‘노말(Normal)’을 결성했다. 그룹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정상(Normal)적인 이미지의 회화를 만들자’는 것이 이들의 선언이였다. 그들은 엘리트주의적이고 신비화된 예술을 극복하고, 일상을 소재를 재치있게 표현하는 자신들만의 조형 언어를 만들어내고자 고민하며 다수의 공동작품을 선보였다.
앙거만은 의식적인 반(反) 아방가르드주의, 풍경 및 구상회화의 고전적인 모티브, 자화상의 변형과 함께 알라 프리마(alla prima) 기법의 화풍을 되살려냈고, 뉘른베르크 학파로 알려진 Kevin Coyne, Harri Schemm, Dan Reeder 및 Blalla W. Hallmann과 함께 구상회화의 전통적 개념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하는 팝(Pop) 장르를 형성하기도 했다.
스승과 다른 길을 걷게 됐지만 철학, 수학 및 예술의 원칙에 반항하는 사상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 앙거만은 끊임없이 ‘회화’로 자립하기 위해 고뇌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 비판적인 요소를 대담하고 해학적으로 풀어내면서도, 어딘가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시선이 엿보이는 앙거만표 회화 세계가 점차 구축되어 갔다. 귀여운 테디 베어를 등장시켜 우리의 삶을 날카롭게 표현하는 ‘베어 시리즈(bear paintings)’는 앙거만의 회화 세계를 잘 보여준다.
야외에서 자연의 햇살을 받으며 그리는 플레인 에어(Plein-air) 작업에 크게 매료, 1987년 어느 날, 앙거만은 화가 친구와 함께 재미로 시도한 야외 작업에 크게 매료되었다. 19세기 후반 인상주의 외광파(外光派, plein-air)와 같이 인공 조명이 아닌 옥외의 자연광선에 의한 회화적 효과를 표현하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앙거만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편안하면서도 흥미로운 구성을 가진 지형을 찾고, 그곳에 자리를 잡아 작업한 후 해당 장소의 이름을 따서 제목을 짓는 식으로 작품을 그려나가고 있다. 그의 플레인 에어(Plein-air) 작업은 모두 최소한의 붓터치로 대상을 포착하는 알라 프리마(alla prima: 밑그림과 밑칠 없이 한 번에 물감을 칠하여 마무리)기법으로 제작되었다. 자연스럽고 음악적인 흐름을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 작품에 결함이 발견되어도 수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중에 수정을 하게 되면, 그 흐름이 파괴되어 애써 한 야외 작업의 노력이 쓸모 없어지기 때문이다.
피터 앙거만은 현장에서 바로 그려 자연스러움이 특징인 플레인 에어 작업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스튜디오에서 좀 더 계획적으로 구성된 주제와 모티브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철학과 수학에 대한 관심, 모순적이며 유머러스한 성격, 그리고 일상의 경험과 같은 작가의 개인적인 삶에서 드러나는 면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그의 해학적인 작품과 풍부한 색채로 한 번에 그려내는 풍경화는 공통적이게도 어딘가 따스한 인간미가 묻어나면서, 우리의 삶에 대한 상념을 제공한다. 이번 개인전을 통해 변화의 큰 물결을 겪으면서도 자연과 사회적인 문제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자신만의 화풍으로 길을 개척해 간 피터 앙거만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전시문의 053-766-8278, 010-7283-1991 대구 수성구 용학로 92-2 수성스퀘어 1층 윤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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